“노동자도 경영 참여”…부산시 ‘노동자이사제’ 도입

입력 2020-01-21 15:40 수정 2020-01-21 16:06
부산시청 전경. 부산시 제공

부산시가 노사갈등을 예방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를 경영에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는 ‘노동자이사제’를 본격 시행한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에 비상임이사로 참석해 발언권과 의결권 등을 행사하는 제도다.

부산시는 경영자와 노동자의 소통을 통해 공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노동자이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노동 존중문화를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는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면 기관의 투명성·책임성·공익성·민주성이 높아져 결국 공공기관의 대시민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노동자의 현장경험이 기관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에 반영됨으로써 노사 간의 이해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자이사제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여서 현재 서울·인천·광주·경기도가 시행 중이다. 경남과 울산은 시행을 준비 중이다. 관련 상위법이 없어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을 참조해 시·도마다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거나 시행 준비하고 있다.

‘부산시 공공기관 노동자이사제 조례’는 기관 소속 노동자가 평소 본인의 일반업무를 수행하면서 비상임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자이사는 기관의 기본 사업계획, 조직과 정원, 중요규정 제·개정·폐지 등에 참여한다. 노동자의 임기는 2년제, 무보수이다.

부산시의 노동자 이사제 세부 운영 지침에는 노동자 이사의 권한, 기관장의 책무, 임명과 자격 같은 내용과 함께 노동자 이사의 활동 보장을 위해 불이익 처우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8명으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1년 이상 재직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한 뒤 직원 투표를 거쳐 1, 2순위자를 결정해 시장에게 추천하면 시장이 이 가운데 1명을 임명한다. 이사는 사용자 성격이 있어 노동자는 노조에서 탈퇴한 뒤 공개모집에 응해야 한다.

대상기관은 정원 100명을 기준으로 9개 의무도입기관(100명 이상)과 16개 재량도입기관(100명 미만) 등이다. 부산시 산하기관 25곳 가운데 부산교통공사, 부산도시공사, 부산관광공사, 부산시설공단, 부산환경공단과 출연기관인 부산의료원, 부산경제진흥원, 부산신용보증재단, 부산테크노파크 등 9곳이 의무적으로 도입한다. 그 외의 기관은 재량도입 기관이다.

시는 9개 의무도입기관을 대상으로 기관 내부 규정을 개정해 올해 상반기에는 대부분 의무도입기관에 노동자이사를 임명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내년도 하반기에는 제도 도입 효과 등을 자세히 검토하여 재량도입기관에도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노동자이사의 경영정보와 전문성 부족으로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을 도출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노동조합 측은 노동자이사 출현으로 노동자의 입장 한목소리로 대변해야 할 노동위원장이 힘을 잃거나 이원화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아울러 선거에 비노조원을 포함할지도 풀어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노조 몫의 이사가 한 자리에 불과해 노조 측 의견을 충분히 대변할 수 없다는 것도 불만이다.

조유장 부산시 재정혁신담당관은 “노동 관련 진일보한 정책인 노동자이사제 도입으로 공공기관의 서비스 질을 향상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