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 이어 프랑스와 휴전… 관세폭탄 1년 유예

입력 2020-01-21 15: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이어 프랑스와의 무역 분쟁도 잠정 봉합했다. 미국 거대 IT기업을 겨냥한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세 신설에 반발해 보복 관세를 예고했던 미국이 관세 부과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타결에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대서양 무역 갈등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글로벌 무역전쟁이 잦아드는 분위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과 디지털세를 두고 훌륭한 논의를 했다”며 “우리는 관세 확대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디지털세에 관련한 포괄적 합의를 논의하는 조건으로 관세 부과 위협을 중단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양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부터 IT 기업이 프랑스에서 벌어들이는 연간 총수익의 3%를 징수하는 디지털세 신설을 추진했다. 연간 전 세계에서 7억5000만 유로(약 9710억원) 넘게 수익을 내면서 프랑스에서만 2500만 유로(약 323억원) 이상 버는 기업을 겨냥했다. 디지털세 논의는 당초 EU 차원에서 이뤄졌으나 회원국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진척을 보이지 않자 프랑스 정부는 독자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세가 불공정 무역 행위라며 반발했다. 과세 대상 기업 상당수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와인, 치즈, 고급 핸드백 등 24억 달러(2조8000억원) 어치 프랑스산 수입품에 최고 100%의 추과 관세를 물리는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미국이 보복 관세를 물리면 EU 차원에서 미국산 제품에 재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대응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디지털세 부과를 1년 동안 유예하기로 약속했다고 WSJ가 미국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미국 측은 상응 조치로서 보복 관세 부과를 올해 말까지 미루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디지털세와 관련한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미국과 프랑스의 휴전은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디지털세가 미국과 프랑스, 더 나아가 미국과 EU 간 무역전쟁으로 확전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한 미국 관리는 프랑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프랑스 관리는 디지털세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22일 세계경제포럼(WEF) 개최 장소인 스위스 다보스에서 만나 디지털세 관련 후속 논의를 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EU는 무역 분쟁은 물론 방위비 분담금, 이란 핵합의, 기후변화 대응 등 거의 모든 현안에서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수입 자동차로 인한 막대한 무역적자가 안보 위협에 해당한다며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여러 차례 위협하기도 했다. 미국과 EU는 무역전쟁 확전을 막기 위해 지난해 내내 협상을 벌여왔지만 별다른 진전을 내지 못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