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실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250만명 늘어난 1억90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약 10년 만에 실업자 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또 구직을 단념하거나, 원하는 만큼 유급 노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모두 합치면 약 5억명에 달해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20일(현지시간) ‘2020년 세계 고용 및 사회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실업자 수는 지난해보다 약 250만명 늘어난 1억9000만명으로 예상된다고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실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약 10년 만이라고 전했다. 다만 올해 인구 증가에 따라 전 세계 실업률은 지난해와 같은 5.4%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세계 경기둔화가 우려되고 제조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내년 상황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ILO는 2021년 실업자는 1억9400만명, 실업률은 5.5%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실업률은 2008년 5.4%에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6%로 급등했다가 이후 계속 떨어져 2018년부터 5.4%를 유지하고 있다.
ILO는 “지난 9년간 전 세계 실업률은 대략 안정됐지만,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노동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ILO는 또 전 세계 57억명의 근로연령인구 중 약 1억6500만명은 고용은 됐지만 희망근로시간보다 적게 일했다고 밝혔다. 또 약 1억1900만명은 구직활동을 포기했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구직시장에 접근할 수 없었다. 실업자를 포함할 경우 약 4억7300만명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빈곤과 불평등에 시달리는 셈이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 “얼마나 쉽게 유급 일자리를 구하는지, 어떤 노동인지, 노동의 질과 그에 따른 보수가 매우 심각하게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일과 관련한 불평등과 배제는 사람들이 더 괜찮은 삶과 미래를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이 “사회 통합에도 심오하고 걱정스러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ILO는 남녀 일자리 격차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노동 가능 인구 중 남성은 74%가 일자리를 갖고 있지만, 여성은 이 비율이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같은 비율은 거의 고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 가능한 15~24세 청년 중 22%가 실업 상태로 교육과 훈련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