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흑인 표도 탐나고, 백인 총기옹호론자 표도 얻고싶고

입력 2020-01-21 13:35 수정 2020-01-21 13:38
트럼프,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 맞아 기념비 방문
흑인표 의식한 조치…그러나 방문시간은 2분 안 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선 총기 옹호론자들 시위
2만 2000명 참가…총기 무장하고 거리 행진하기도
트럼프, 백인 총기옹호론자 지지하는 트위터 글 올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인 20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과 함께 워싱턴에 있는 킹 목사 기념비를 방문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흑인 인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비를 방문했다.

이날은 미국 국경일인 마틴 루서 킹 기념일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3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워싱턴에 있는 킹 목사 기념비를 찾았다고 보도했다. CNN은 예정되지도 않았고, 언론에 미리 알리지도 않은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악관 공동취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시간이 2분을 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킹 목사 기념비 방문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흑인 표심 공략을 위한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실업률은 미국 역사상 최저”라면서 “또한 가난과 청소년, 취업률 관련 수치도 최고”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킹 목사 기념일에도 이날 찾았던 워싱턴의 기념비를 방문했다. 하지만 2018년 기념일에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CNN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킹 목사 기념일에 그를 기리는 기념식에 참석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캘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킹 목사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콘웨이 고문은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들지도 못하는 절차에 미국인들을 끌고 가는 것은 킹 목사의 비전이 아니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총기로 무장한 총기 옹호론자들이 2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주도 리치먼드에서 열린 총기규제 반대 시위에 참석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본심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있었다. 버지니아주 주도 리치먼드에서는 주정부의 총기규제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총기 옹호론자들이 이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들이었다.

CNN은 경찰을 인용해 2만 2000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총기를 들고 들어갈 수 없는 행사장에 6000명이 운집했고, 무기를 휴대할 수 있는 행사장 외곽에는 1만 6000명이 몰렸다. 총기로 무장한 시위대들은 행사장 인근을 행진하며 위기감을 조성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와 경찰은 만약의 폭력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CNN은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폭력 사태 우려가 높았으나 행사가 평화적으로 끝났다고 전했다.

버지니아주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과 총기 사고로 아픔을 겪은 지역이다.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 시위로 1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또 지난해 5월에는 버지니아비치 시청사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2명이 사망했다. 버지니아비치 총기 난사 사건은 버지니아주가 위험 인물의 총기 소지를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총기 규제법안을 추진하는 배경이 됐다.

총기 옹호론자들의 지지를 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버지니아의 민주당은 여러분의 수정헌법 2조 권리를 빼앗으려 애쓰고 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 2020년 (대선과 다른 선거)에 공화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위터 글에선 “나는 우리의 위대한 수정헌법 2조가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는 것을 조금이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수정헌법 2조는 총기 소유의 근거가 되는 조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 남성과 과격주의자들이 주축인 총기 옹호론자의 표를 얻기 위해 주력한 것이다.

그러나 총기난사로 무고한 인명이 희생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총기 규제는 올해 미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