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무효’ 사유에 뜬금없이 한미 방위비협상 넣어

입력 2020-01-21 08:48 수정 2020-01-21 09:48
트럼프 법률팀, 상원 제출한 변론요지서에 남북한 사례 포함
한·미 방위비 협상을 해외 원조 중단 사례에 넣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 보류 적법했다는 논리
‘방위비와 해외 원조를 혼동하나’ 주장 제기
북·미 비핵화 협상은 새로운 외교접근에 포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법률팀이 20일(현지시간) 탄핵심판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원에 제출한 변론 요지서. 이 문서의 93쪽에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비용과 관련해 한국의 분담금을 상당히 증액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변론 요지서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의 부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상원에 제출한 장문의 변론 요지서에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북·미 비핵화 협상 사례를 뜬금없이 포함시켰다.

특히 한·미 방위비 협상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군사원조 보류가 적법했다는 예로 거론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측이 방위비와 군사원조를 혼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은 20일(현지시간) 상원에 110쪽 분량의 변론 요지서를 제출했다. 상원의 탄핵심리가 2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소추가 헌법적으로 무효임을 강조하기 위한 법률적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은 변론 요지서 93쪽에서 “외국에 대한 원조 중단은 자주 필요하고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뒷조사를 종용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원조를 보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군사 원조 중단은 과거에도 있어왔으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주장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은 “원조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이례적이지 않다”면서 “사실, 대통령은 외국에 대한 원조 프로그램을 자주 중단하고, 재평가하고 심지어 취소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사례로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부패 우려와 관련해 1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중단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하지만, 두 번째 사례로 난데없이 한·미 방위비 협상이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은 변론 요지에서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 비용과 관련해 한국의 분담금을 상당히 증액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서술했다. 트럼프 법률팀은 이 대목에서 의회전문지 더힐의 관련 보도도 주석으로 달았다.

트럼프 법률팀은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를 패키지로 묶은 사례와 레바논, 파키스탄에 대해 군사원조를 중단했던 사례 등 모두 3가지 사례를 덧붙였다.

한국 사례를 제외하고 트럼프 법률팀이 거론한 사례들은 모두 일방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원조가 중단됐던 예들이다.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과 관련해 정해진 분담금을 내고 있어 원조 개념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법률팀이 한국의 방위비 사례를 포함시킨 것은 주한미군 주둔 자체를 군사원조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법률팀은 변론 요지서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을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외교접근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북한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새로운 접근을 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법률팀은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기득권 세력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미국 우선주의’라는 새로운 외교정책을 약속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중국·이스라엘·북한 등 많은 지역에서 새 외교정책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