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공정성 신뢰 근간 흔들었다”…검찰 내부망선 ‘항명’ 비판글

입력 2020-01-20 18:00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무혐의를 주장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게 공개 항의한 행동은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박철완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2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오늘 아침 동료 한 분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심재철 반부패부장님과 양석조 부장님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한 본인 의견을 보내왔기에 게시한다”며 익명의 동료 검사가 쓴 글을 올렸다.

익명의 검사는 ‘수사 공정성 확보를 위한 검찰시스템 보호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양석조 부장의 행위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매우 부적절하고 적법절차 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검에서 내부 결정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을 공개하고 인신공격적인 발언을 통해 공격하는 것이 상명하복이나 상관에 대한 예의 문제를 떠나, 같은 검사로서, 같은 법조인으로서 타당한 행동이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양석조 부장이 상가에서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동료들의 수사를 신뢰하고 수사시스템의 공정성을 신뢰하는 그 근간을 양석조 부장이 흔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소한 내부 결정상의 의견에 대해선 비밀이 지켜지고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누군가가 어떠한 불이익을 입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는 기본이 아닐까 한다”며 글을 끝맺었다.

박 부장검사는 글에서 “앞으로도 이런 민감한 이슈가 계속 제기될 텐데 낯설고 간혹 괴롭더라도 함께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직시하고, 방향을 형성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희도 대검 감찰2과장은 댓글을 달아 “전 발제하신 분과 생각이 많이 다릅니다만 구체적인 의견은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본의 아니게 특정인에 대한 비난성 글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서다”라고 했다.

앞서 양 선임연구관은 지난 18일 밤 한 대검 간부의 장인상 빈소에서 심 부장을 향해 “(심 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무혐의라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고 크게 발언했다. 조 전 장관 수사 지휘라인 ‘찍어내기’ 논란 이후 새로 부임한 직속 상관이 기존 반부패강력부의 수사 내용을 부정하자 공개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사건을 ‘상갓집 추태’로 비유했다. 추 장관은 “심야에 예의를 지켜야 할 엄숙한 장례식장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술을 마시고 고성을 지르는 등 장삼이사도 하지 않는 부적절한 언행을 하여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법무검찰의 최고 감독자인 법무부장관으로서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