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 측 “이익 수수 맞으나 친해서 받은 것”

입력 2020-01-20 17:15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뇌물 등을 받고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1월 서울동부지법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56)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측이 금융위원회 국장 등 재직 당시 수수한 이익에 대해 대가성이 없는 ‘친분에 의한 수수’라고 주장했다. 이익 수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사적인 친분관계에 의해 받았기 때문에 대가성, 직무관련성은 없다는 것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뇌물수수, 수뢰후부정처사,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유 전 부시장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유 전 부시장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유 전 부시장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일일이 반박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익을 수수한 건 맞지만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고, 친분에 의한 수수이기 때문에 뇌물 등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또 공소시효가 만료된 혐의도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뇌물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직무 관련 이익 수수가 인정돼야 한다. 검찰 공소장에는 금융위원회가 투자업과 신용정보회사에 대한 설립 및 운영과정에 인허가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직무내용을 규정했지만 지나치게 불분명하다”며 “피고인과 공여자들 사이의 사적인 친분관계에 의한 수수라는 게 기본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유 전 부시장이 2억5000만원을 빌린 뒤 1000만원을 덜 갚고, 저서 구매비용 대납 등을 요구한 선물신용정보회사 A회장과의 친분관계를 설명하며 ‘사적인 친분관계’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유 전 부시장과 A회장은 1996년부터 알고 친분을 유지해왔으며 두 사람의 가족끼리도 돈독한 사이라는 설명이다. 그 예로 유 전 부시장의 아들이 입대를 앞두고 A회장을 방문했을 때 손자처럼 생각해 유 전 부시장의 두 자녀에게 50만원씩 줬다는 사실을 들었다.

또 변호인은 자필 책값 대납과 오피스텔 월세 및 관리비, 항공권 구매비용과 골프채, 아파트 전세비 등의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앞선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오피스텔 월세 및 관리비 대납 부분에 대해서는 “오피스텔을 이용한 적이 없다”며 “설사 이용했더라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부시장은 2015년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업계 관계자에게 “강남구 모처에 오피스텔을 얻어달라”고 요구하며 월세와 관리비 1300만원 상당을 대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항공권과 골프채 수수 사실도 인정했으나 “먼저 요구한 적이 없고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은 A회장에게 2017년 이후 탑승한 항공권 197만원과 저서 구매비용 대납을 요구한 바 있다. 동생 취업 청탁 혐의에는 “제3자뇌물수수는 구체적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유 전 부시장의 혐의 중 공소시효가 만료된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A회장에게 2억50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 차용한 뒤 갚으면서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아 손해를 볼 상황”이라며 1000만원의 채무를 면제받은 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것이다. 또 A회장에게 2011년 4월 200만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이런 방식으로 495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하고 부정행위를 했다고 보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이 신청한 공여자 4명을 포함한 9명의 증인을 모두 채택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3일 오후 1시에 진행되는 첫 정식 공판에서 유 전 부시장 동생과 중견건설회사 대표의 차남 최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