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세계 쓰레기통 안될 것…쓰레기 컨테이너 반송”

입력 2020-01-20 15:10
지난해 4월 요비인 장관(가운데)이 쿠알라룸푸르 인근 포트 클랑항(港)에서 적발된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를 살펴보고 있다. 요비인 장관 페이스북 캡처

말레이시아 정부가 “세계의 쓰레기통이 되지 않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2018년 10월부터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허가 발급을 중단하고 지난해 150개의 쓰레기 컨테이너를 반송한 데 이어 올해도 추가로 110개의 컨테이너를 반송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요비인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술·과학·기후변화·환경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150개의 컨테이너를 13개 부유한 국가로 돌려보냈고, 올해 중순까지 추가로 110개의 컨테이너를 반송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를 세계의 쓰레기통으로 만들려는 자들은 계속 꿈이나 꾸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관세청이 공개한 플라스틱 쓰레기 컨테이너. 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중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을 금지한 이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선진국의 쓰레기가 담긴 컨테이너가 밀수입되면서 몸살을 앓았다. 그린피스 말레이시아는 2018년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2018년 1∼7월에만 말레이시아에 75만4000t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반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중국 내에서 영업을 못하게 된 플라스틱 쓰레기 처리업자 중 일부가 말레이시아에 새 사업장을 차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일단 국내에 반입된 쓰레기의 경우 당국의 감시가 닿지 않는 장소로 옮겨져 태워지거나 하천에 버려진다고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관세청이 공개한 플라스틱 쓰레기 컨테이너.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적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전량 배출국으로 돌려보내고 수출업자와 운송주선업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돌려보내진 150개의 컨테이너 중 프랑스로 43개, 영국 42개, 미국 17개, 캐나다 11개, 스페인으로 10개가 돌아갔다. 나머지는 홍콩, 일본, 싱가포르, 포르투갈, 중국,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리투아니아로 반송됐다.

요비인 장관은 “주요 항구의 쓰레기 밀수를 단속하고, 200개 이상 불법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폐쇄한 결과 총 3737t의 폐기물이 성공적으로 반송됐다”며 “말레이시아 정부는 반송 비용을 단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 슬랑오르주 포트 클랑 항에서 정부 당국자들이 밀반입된 불법 폐기물이 실린 컨테이너를 살피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추가로 반송할 110개의 컨테이너 중 60개는 미국으로, 15개는 캐나다, 14개는 일본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와 더불어 플라스틱 쓰레기로 어려움을 겪었던 인도네시아도 지난해 초부터 자카르타 인근과 수라바야, 바탐섬 항구에서 컨테이너들을 조사해 2000개 이상의 쓰레기 컨테이너를 적발한 뒤 차례로 돌려보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환경단체는 반송된 컨테이너를 추적한 결과 상당수는 본래 발송지가 아닌 다른 나라로 향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