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에 이은 ‘엄마찬스’...
광주시립도서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엄마찬스’ 의혹이 불거졌다. 직원 자녀가 야간 공무직 최종 합격자로 발표되자 불공정 채용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해 전남대병원 국정감사에서 병원 사무국장 아들이 ‘아빠찬스’를 통해 채용되는 비리가 드러났다.
20일 광주시립도서관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실시해온 도서관 야간 연장운영을 위해 공무직 1명을 최근 채용했다.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연봉 2500여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이뤄진 지난해 12월 채용공모에는 27명이 지원해 2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시립도서관은 기존 직원 사직으로 발생한 공석을 메우기 위해 도서 대출과 반납 등의 단순 업무를 하는 야간 당직자를 공무직으로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최종 합격한 A씨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 공무원의 딸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객관적 실력평가를 전제한 필기시험을 제외하고 서류·면접 심사를 통해 합격자를 선발한 과정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렸다. 더구나 공무직 면접심사 면접관 명단을 최종 합격자 A씨의 모친인 여성 공무원이 직접 선정한 것으로 알려져 ‘엄마찬스’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면접관은 시립도서관 과장급 1명과 관련학과 대학교수, 노무사, 독서 관련단체 대표, 다른 도서관장 등 5명으로 구성됐다. 시립도서관은 최종 합격자 A씨가 근무를 시작하기 하루 전인 지난 13일 A씨의 어머니를 다른 도서관으로 발령 낸 것으로 밝혀졌다.
시립도서관은 ‘엄마찬스’ 논란이 잇따르자 “직원 자녀에게 특혜를 줘서도 안되지만 불이익을 줄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A씨는 신분을 잘 모르는 면접관들로부터 월등히 좋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다”고 해명했다. 5명의 면접관들을 도서 관련 전문가와 단체대표로 구성하다보니 지역사회의 특성상 안면이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면접 과정에서 누가 직원 자녀인지는 알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시립도서관은 또 A씨의 어머니 인사발령에 대해 “어머니와 딸이 함께 근무하면 다른 직원들이 불편하고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내린 고육지책”이라며 “공무직 탈락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점수표를 공개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립도서관은 2007년 야간 연장운영제 도입 이후 그동안 10여명의 공무직을 채용했으며 현재 전체 공무직은 35명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의 전남대병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아빠찬스’ ‘삼촌찬스’ ‘남친 아빠찬스’ 등 온갖 채용비리와 고용세습이 민낯을 드러냈다. 병원 사무국장의 아들과 조카에 이어 아들 여자친구까지 불투명한 과정을 거쳐 전남대병원에 채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채용비리 핵심인 당시 이 병원 사무국장과 총무과장은 상대방 아들이 응시한 면접시험 면접관으로 직접 참여해 서로 ‘만점’을 주고받는 품앗이 채용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병원 사무국장은 국정감사 다음날 보직을 사퇴하고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전남대병원은 현재 채용비리에 대한 진상규명 차원에서 최근 5년간의 인사기록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30일 공로연수에 들어간 사무국장 중징계와 아들, 여자친구의 채용을 취소하라고 통보했으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전남대병원지부는 이삼용 병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