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발칸반도 국가들이 심각한 수준의 대기오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항의 시위가 열렸다.
18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전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시에서는 대기오염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수백명의 시민들이 항의 표시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시위장에 나타났다. 한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말 그대로 숨을 쉬며 죽어간다”며 “정부가 우리 아이들의 삶을 노골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했다.
최근 세르비아 상공은 시야를 방해할 수준의 스모그에 뒤덮여 있다. 시민들은 연일 지속되는 대기오염에 호흡곤란 등의 고통을 호소한다. 정부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16일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자율적 휴원·휴교 조치를 내렸지만 언론과 시민단체는 성의 없는 때늦은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이웃 국가 보스니아에서도 대기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의 무능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는 투즐라시에서는 최근 여러 차례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를 조직한 시민단체는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을 때까지 시위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두 국가뿐만 아니라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등 이웃 발칸 국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겨울 예년보다 훨씬 강도가 센 대기오염을 겪고 있다. 오염물질을 날려 보내는 동남풍이 잦아들면서 대기가 정체된 탓이다. 근본적 원인으로는 아직도 장작을 태워 난방하는 가정이 많다는 점과 화력발전소, 자동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해물질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국제기구들은 만성적 대기오염이 서부 발칸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은 대기오염으로 인해 서부 발칸 주민의 수명이 1.3년 단축됐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서유럽보다 훨씬 많은 발칸 주민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016년 펴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르비아 등 발칸 국가들이 환경 문제에 발목이 잡혀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