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기회왔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나… 지지층 더 많아”

입력 2020-01-20 10:25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가 ‘법복 정치인’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내게 (법원의 낡은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가만히 있는게 옳은 건지 묻고 싶다”며 “법원 내 비판이 많다는 말이 나오는데, 오히려 지지해주는 판사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최대의 결과를 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전날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을 폭로한 이 변호사를 10번째 총선 영입 인재로 발표했다. “사법 개혁을 책임질 법관 출신 인사”라고 밝혔지만 법조계에선 ‘법복 정치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그는 민주당의 영입 제안을 여러 차례 고사했었다. 그는 입당 결심을 굳힌 계기를 두고 “1년 내내 국회가 가장 중요하다고 외쳤는데 정작 나는 가지 않겠다고 하는 모습이 비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사법농단 1호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입당 결심 후 주변 반응을 전하면서 “법원 개혁 동지들이 많다. ‘가서 해야 한다’(는 말들을 해줬다)”며 “아내도 법조인이라 ‘40년 넘게 쌓여 있던 제도적인 모순인데 기회가 왔을 때 하지 않으면 어렵다. 스스로 용서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전했다.

그는 “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3년 전 사표내고 다양한 위치에서 법원 개혁 문제나 사법 농단의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내가 해 온 스타일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수진·최기상 전 부장 판사 등 사법 농단에 문제를 제기했던 법조인이 대거 정치권 영입 대상 물망에 오르면서 애초에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앞장 선 것 아니냐는 시선에 대해서는 “다른 분의 이야기는 내가 하는 게 맞지 않고 내 얘기를 하고 싶다”며 “‘법원 내에서 비판이 많이 나온다’는 취지의 기사를 봤는데 사실 관계가 다르다. 여러 판사가 실명으로 글을 썼는데 대부분 지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강조하고 싶은 건 내가 2017년 2월 사표를 냈던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이었다. 옆방 판사들이 와서 ‘형 구속될 것 같다’는 걱정을 했다”며 “내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걱정을 했겠나. 그 부분은 확실히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표를 내고 젊은 판사들과 함께 저항했던 이유는 판사로서 윗사람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재판을 투명하게 하고 국민이 사법 선진국 수준으로 높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지금은 이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법원 시스템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내게 기회가 왔다면, 만약 내 입장이라면 정말 피하기만 할 수 있는가. 그걸 한 번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공익 제보를 의원 자리와 엿 바꿔 먹었다”는 식의 글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답을 내놨다. 그는 “내가 했던 행동들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해주는 것 같다”며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이 가만히 있는 게 더 좋은지 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1호 법안에 대해 “법관을 탄핵해야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정족수 과반수면 되는 일”이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것을 반드시 해 놔야 사법 농단 사건이 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개혁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서는 “원래 개혁을 하는 과정은 시끄럽다. 저항도 있을 수 있다. 큰 방향에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검찰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게 내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충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