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검사냐. 조국이 왜 무혐의냐”…대검 간부, 직속상관에 공개항의

입력 2020-01-19 21:22 수정 2020-01-19 21:24

양석조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차장검사)이 지난 18일 한 검찰 간부 장인상 빈소에서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향해 “(심 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무혐의라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고 크게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 수사 지휘라인 ‘찍어내기’ 논란 이후 새로 부임한 직속 상관이 기존 반부패강력부의 수사 내용을 부정하자 공개적으로 항의한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완전히 공개된 곳에서 벌떡 일어서서 한 작심발언이었다”며 “수사방해와 외압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는 반응이 나왔다.

양 선임연구관은 지난 18일 밤 대검 간부의 장인상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다른 테이블을 두고 앉아 있던 심 부장을 향해 이 같이 발언했다. 당시 자리에는 심 부장 이외에도 검사장급 간부들이 있었고, 양 선임연구관과 함께 일하는 중간간부급 검사들도 있었다. 양 선임연구관은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 “당신이 검사냐”고 크게 말했다.


양 선임연구관이 발언을 쏟아낸 뒤 장내는 소란해졌다. 검찰 관계자들은 양 선임연구관을 일단 밖으로 내보냈는데, 이후에도 조 전 장관 수사를 둘러싼 대화는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검사들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 부장은 별다른 말이 없이 검사들의 말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 부장은 이후 소란이 가라앉자 자리를 떴다.

양 선임연구관은 일선 검찰청의 반부패 수사 상황을 모두 보고받는 검사로, 직속 상관이 심 부장이다. 반부패강력부의 선임연구관이 반부패강력부장을 향해 날선 말을 쏟아낸 것은 현 정권 수사와 관련해 지휘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음을 반증한다.

대검 반부패강력부는 지난해 8월부터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동부지검의 조 전 장관 수사를 지휘해 왔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 행위 등을 묶어 재판에 넘겼고, 심 부장의 부임 이후인 지난 17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도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심 부장은 서울동부지검의 조 전 장관 기소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수사를 원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 선임연구관을 포함한 수사팀의 의견은 정반대였고, 실제 조 전 장관은 기소됐다. 한 참석자는 “완전히 공개된 곳에서 벌떡 일어나 작심발언을 한 것”이라며 “심 부장이 외압을 미치기 위해 새로 왔다는 의미로 말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수사팀의 교체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나는 나대로 간다’는 것을 보여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심 부장은 국민일보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양 선임연구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3부장(현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일하며 ‘적폐 수사’를 했던 인물이다. 20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시작으로 곧 단행되는 고검검사급(차장검사·부장검사) 승진 및 전보 인사에서는 양 선임연구관 등 정권 실세들을 겨냥해온 중간간부급 검사들의 교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강조한 검찰 조직 재편과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설 연휴 전인 이번 주중 이뤄진다.

법무부는 20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고검검사급(차장검사·부장검사)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논의한다.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줄인 검찰 직제개편안은 대검찰청의 존치 의견을 소폭만 반영한 채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차장·부장검사 인사는 직제 개편 국무회의 통과 직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권 실세들을 겨냥해온 수사 담당자들의 교체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윤석열 총장은 최근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부장검사)들을 전원 유임시켜달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대검 중간간부들은 지난 10∼13일 모두 ‘부서 이동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사장급 고위간부들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윤 총장 체제의 안정성·연속성을 위해 자신들의 유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며 수술대에 올라야 할 처지임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직 재편에 우려를 표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수사 실무를 맡아온 일선청에서도 “지난해 7월 간부 인사가 단행된 뒤 6개월 만에 인사가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인사를 통한 ‘정권 수사’ 검사 솎아내기는 정치검찰 논란으로 이어져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서로 의견 조율을 놓고 진통을 벌인 지난 8일의 검사장급 인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간간부들의 인사와 관련한 의견을 서로의 실무진을 통해 어느 정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의 경우 인사 대상이 된 중간간부 당사자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주 “대검의 기획관과 과장들은 원칙적으로 유임하면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반부패강력부장 등 윤 총장의 검사장급 참모진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중간간부들의 추가적인 이동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일단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의 ‘물갈이’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지만, 현재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주요 수사에 대한 업무 연속성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사람이 바뀌면 수사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검 중간간부급 이외에도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등 일선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에게 현재 인사 이동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이들 일선청 차장검사 부장검사들에게 인사 이동 필요성과 관련해 개별적 의견을 수렴한 절차는 없었다. 다만 검찰 구성원들은 “간부 인사가 있은 뒤 6개월밖에 흐르지 않았고, 정기인사 시즌도 아니다”며 “수사까지 있는 상황에서 인사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일반적인 의견’ 역시 대검을 통해 그 취지가 법무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 같은 대검의 중간간부 유임 등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윗선에서 인사와 관련한 어떤 의견이 오가는 중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윤 총장의 중간간부급 보좌진, 조 전 장관 수사팀 등 주요 수사 담당자들의 교체 향방은 20일 검찰 인사위원회가 지나서야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지난 8일처럼 검찰 인사위원회가 열린 당일 인사이동 내역이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검찰 직제개편 추진 절차가 인사와 함께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정부 당시 윤 총장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 구성원들이 줄줄이 고검으로 향한 것처럼 이번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한 수사팀 관계자들이 충격적인 좌천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편으로는 검찰 인사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인다. 법조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법무부의 류혁 전 통영지청장 검사장 임용 시도는 인사위 11인 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부결됐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사가 ‘대학살’로 설명되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인사위가 최소한의 제 기능을 하긴 했구나’ 한 대목이었다”고 말했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