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꼭 몰아내자.”
미국의 180여개 도시에서 18일(현지시간) 여성행진(Women's march)이 열렸다. 워싱턴과 로스엔젤레스에 각각 수천명이 모이는 등 전국에서 수십만명이 참여해 행진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올해로 네번째인 ‘여성행진’은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적 선거 캠페인과 공약에 반대해 처음 일어났다. 취임식 다음날 워싱턴에서만 50만명이 모이는 등 미 전역에서 400만명이 참여했다.
특히 여성행진은 그동안 마돈나, 스칼렛 요한슨, 애슐리 주드, 마이클 무어 등 저명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해 트럼프의 반여성 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한층 주목을 받았다. 이들 외에 엠마 왓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조셉 고든 레빗, 샤를리즈 테론, 나탈리 포트만 등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에 참여한 사진을 올리는 등 지지를 나타낸 바 있다.
2017년 첫 행사 때는 반 트럼프 정서와 함께 수십만명이 참가하며 성황을 이뤘지만 올해는 참가자가 예년보다 확연히 줄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반대 여론이 높은 뉴욕에서는 두 곳에서 집회가 열렸지만 눈이 오는 바람에 진행을 차질을 빚기도 했다. 또 워싱턴에서는 참가자들이 백악관까지 행진을 계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고 있다.
참가자 수가 줄긴 했지만 올해 여성행진 역시 트럼프 대통령 반대에 집중됐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특히 올해는 트럼프 정부의 반인권, 반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전쟁 반대가 추가됐다. 지난 2일 트럼프 정부가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공습해 살해한 후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쟁 위기가 고조된 것이 원인이다.
참가자들은 여성 권익 신장, 남녀 동일 임금, 생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한편 기후변화, 이민 등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현재 가장 위기에 빠진 것은 트럼프로 인한 미국의 민주주의”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편 여성행진을 앞두고 미국 국가문서보관소가 여성 참정권 전시회에서 과거 여성행진 사진을 일부 변조해 전시한 것이 드러나 사과했다. 국가문서보관소는 역대 최대 인원이 모인 2017년 여성행진 사진을 전시에 사용하면서 시위대가 들고 있던 반(反) 트럼프 문구가 적힌 피켓을 흐릿하게 처리했다고 18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국가문서보관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성의 참정권 관련 전시물에 사용된 반 트럼프 피켓을 흐릿하게 처리한 것은 실수였다”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부 방침과 절차를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