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강조한 검찰 조직 재편과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설 연휴 전인 이번 주중 이뤄진다.
법무부는 20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고검검사급(차장검사·부장검사)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논의한다. 직접수사 부서를 대폭 줄인 검찰 직제개편안은 대검찰청의 존치 의견을 소폭만 반영한 채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차장·부장검사 인사는 직제 개편 국무회의 통과 직후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권 실세들을 겨냥해온 수사 담당자들의 교체 가능성이 공공연히 거론된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 과장급 중간간부(부장검사)들을 전원 유임시켜달라”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대검 중간간부들은 지난 10∼13일 모두 ‘부서 이동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검사장급 고위간부들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윤 총장 체제의 안정성·연속성을 위해 자신들의 유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며 수술대에 올라야 할 처지임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직 재편에 우려를 표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수사 실무를 맡아온 일선청에서도 “지난해 7월 간부 인사가 단행된 뒤 6개월 만에 인사가 있을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 현직 검찰 간부는 “인사를 통한 ‘정권 수사’ 검사 솎아내기는 정치검찰 논란으로 이어져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은 서로 의견 조율을 놓고 진통을 벌인 지난 8일의 검사장급 인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중간간부들의 인사와 관련한 의견을 서로의 실무진을 통해 어느 정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의 경우 인사 대상이 된 중간간부 당사자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지난주 “대검의 기획관과 과장들은 원칙적으로 유임하면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반부패강력부장 등 윤 총장의 검사장급 참모진이 모두 교체된 상황에서, 중간간부들의 추가적인 이동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일단 윤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진의 ‘물갈이’까지는 막아야 한다는 취지지만, 현재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의 청와대 하명 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주요 수사에 대한 업무 연속성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사람이 바뀌면 수사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검 중간간부급 이외에도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등 일선청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에게 현재 인사 이동 필요성이 없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이들 일선청 차장검사 부장검사들에게 인사 이동 필요성과 관련해 개별적 의견을 수렴한 절차는 없었다. 다만 검찰 구성원들은 “간부 인사가 있은 뒤 6개월밖에 흐르지 않았고, 정기인사 시즌도 아니다”며 “수사까지 있는 상황에서 인사는 필요 없다는 의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런 ‘일반적인 의견’ 역시 대검을 통해 그 취지가 법무부에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무부가 이 같은 대검의 중간간부 유임 등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관계자는 “윗선에서 인사와 관련한 어떤 의견이 오가는 중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윤 총장의 중간간부급 보좌진, 조 전 장관 수사팀 등 주요 수사 담당자들의 교체 향방은 20일 검찰 인사위원회가 지나서야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지난 8일처럼 검찰 인사위원회가 열린 당일 인사이동 내역이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검찰 직제개편 추진 절차가 인사와 함께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박근혜정부 당시 윤 총장의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팀’ 구성원들이 줄줄이 고검으로 향한 것처럼 이번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기소한 수사팀 관계자들이 충격적인 좌천을 겪을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편으로는 검찰 인사위원회가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보인다. 법조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법무부의 류혁 전 통영지청장 검사장 임용 시도는 인사위 11인 전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부결됐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인사가 ‘대학살’로 설명되는 가운데서도 그나마 ‘인사위가 최소한의 제 기능을 하긴 했구나’ 한 대목이었다”고 말했다.
박상은 구승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