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부-산업계 대립…“브렉시트 적응해야”vs“수십억 파운드 비용”

입력 2020-01-19 16:13
사진=AP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두고 영국 정부와 산업계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이후 불이익이 있더라도 EU 규정을 따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산업계는 막대한 추가비용으로 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이 인터뷰에서 산업계를 향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규칙을 따르도록 요구하는 캠페인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자비드 장관은 “영국은 EU 단일시장에, 관세동맹에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며 “(EU와의) 규정 공조는 없고 (EU와 영국간 교역 전환기가 끝나는) 연말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비드 장관은 “기업들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일부는 혜택을 볼 수 있고 일부는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영국 산업계는 이미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뒤 3년의 준비기간을 가졌다며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인간 자본주의’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EU를 완전히 떠날 경우 막대한 추가비용으로 경영이 어려질 것이라는 주장에는 “일본은 EU에 자동차를 팔지만 EU 규정은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산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영국 자동차제조·거래 협회(SMMT)는 이날 성명을 내고 “EU 규정을 벗어날 경우 수십억 파운드의 비용이 발생하고 영국 전체 제조업계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영국은 하나의 허가·인증을 통해 EU와 영국 전역에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이 EU 표준을 포기하고 자체 규칙을 정할 경우 영국에서 차량을 판매하려는 회사는 별도의 인증서를 얻어야 하며, 영국 시장을 위해 특별히 차량을 제조하는 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팀 라이크로프트 식음료기업 연맹 회장도 EU 탈퇴 이후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면 향후 영국 식품의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마찰이나 장벽 없이 EU 단일시장에서 해오던 생산과 수출, 검사와 각종 수속을 새로 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더 많이 들고 가격 인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인 유나이트도 투자위축과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했다.

브렉시트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브렉시트의 발판을 마련했다. 집권 여당이 과반 의석을 가져간 영국 하원은 지난 9일 브렉시트 협정 법안을 찬성 330표, 반대 231표로 가결해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3년 7개월 만에 브렉시트 법안을 통과시켰다. 오는 31일로 영국은 EU를 떠날 예정이다.

다만 영국과 EU 양측은 브렉시트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2020년 말까지 ‘이행기간’을 설정했다. 이 기간에 무역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남은 시간이 11개월뿐이어서 2021년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