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외상센터 운영 문제를 둘러싸고 아주대병원 본원과 이국종 센터장 간에 불거진 갈등이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했다. 외상센터 내부에선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의 사임으로 무마하려는 분위기”란 말이 나오고 있다.
19일 아주대병원 등에 따르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17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을 업무방해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유 원장이 권역외상센터에 병실을 배정하지 않음으로써 센터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했고, 국가가 연간 운영비 60억원을 보조하는데도 이를 원칙대로 운영하지 않음으로써 직무도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유 원장은 현재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로부터 사임 압박도 받고 있다.
이 센터장과 함께 근무하는 정경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병원에서 유 원장 사임으로 무마하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 센터장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유 원장과 이 센터장 개인 간의 갈등으로 보여지고 있어 거취 문제까지 얘기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2월에 복귀할진 모르겠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아직 현장 복귀는 하지 않고 있다. 이달 말까지 해군 훈련을 간 것으로 돼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양측의 감정이 격해진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봤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열린 제1차 중앙응급의료위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권역외상센터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수가나 지원금 자체를 대폭 올려 지원하고 있다”며 “(복지부가) 제도적이나 법적, 행정적으로 하는 일은 사실상 다 하고 있고 남은 영역은 당사자들 간 감정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교수는 “나라에서 (비용)지원을 받았으면 (권역외상센터) 사업을 제대로 이행해야 하는 건데 (아주대병원이) 이를 소홀히 했고, 복지부는 그런 곳에 권역외상센터(사업)을 주지 말았어야 한다”며 관리, 감독에 있어 일정부분 책임을 요구했다.
이 센터장의 부재로 난항을 겪을 것이란 우려를 산 경기도 닥터헬기는 이르면 이번 주 운용을 재개할 전망이다. 경기도는 긴급 안전점검에 들어갔던 닥터헬기와 관련해 최근 복지부로부터 비행 허가 공문을 받아 오는 20일 야간연습 비행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장과 이 센터장은 닥터헬기의 운항 범위 등을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닥터헬기가 다시 운용돼도 제 모습을 갖출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센터장이 해군 훈련에 참여한 지난달 모두 10건의 이송이 의료진 탑승 없이 이뤄졌다. 외상센터에선 “병원이 인력을 채용하지 않아 (헬기에) 탑승할 의료진이 없다”고 호소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