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700억까지 불어난 라임 사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입력 2020-01-19 16:08 수정 2020-01-19 16:22

1조6700억원까지 불어난 라임자산운용(라임자산)의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끝을 보이지 않고 있다. 펀드 손실규모를 따지는 회계실사가 다음 달 중순까지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속앓이도 깊어진다.

라임자산 측은 사태 해결을 위해 은행·증권사 등 16개 판매사,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은 3개 증권사와 ‘3자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정 다툼을 앞둔 상황에서 원활히 운영될지 미지수다. 특히 라임자산의 펀드가 본격적인 청산 단계에 들어갈수록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라임자산이 운용하는 펀드 288개의 순자산 총액은 지난 15일 기준 4조283억원에 이른다. 환매중단 규모(15일 기준)는 총 1조6679억원이다. 전체 설정 액의 41.4%에 달한다.

라임자산은 지난해 10월 무역금융 등 3개 모(母)펀드에 투자한 157개 자(子)펀드에서 1조5587억원 규모의 환매를 중단한 바 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오는 3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크레딧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CI펀드)에 투자한 16개 자펀드(2949억원) 가운데 약 1200억원의 환매 연기 가능성을 판매사(신한은행)에 통보했다. 이 펀드의 투자자산 일부는 앞서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 등을 담고 있었다. 이렇게 모펀드와 자펀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환매중단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짙다.

여기에다 라임자산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자금의 60% 이상은 만기 전 투자 자금을 찾아갈 수 있는 ‘개방형’이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라임자산 사모펀드의 설정액 4조3516억원 가운데 63.15%(2조7459억원)가 개방형인 것으로 집계됐다. 라임자산이 주로 운용한 펀드는 유동화가 어렵고 장기투자가 필요한 부동산·특별자산·혼합자산펀드 등 대체투자 펀드였다. 유동성을 요구하는 투자자 수요에 맞춰 무리하게 상품구조를 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라임자산의 정확한 손실규모는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삼일회계법인의 회계실사가 끝나야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회계실사 결과가 나온 뒤, 향후 대응방안 등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도 실사 결과를 살펴보고 나서 라임자산에 대한 검찰 고발과 더불어 제재안 마련 등에 착수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태 해결까지 갈 길이 멀다. 자산별 회수 가능성과 가치 평가를 놓고 라임자산, 판매사, 금융감독 당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회계실사 결과에 따라 라임자산의 ‘문제 펀드’를 상각(회계상 손실)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의 손실 확정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임자산은 지난 15일 “최종 (회계)실사보고서 수령 후 1개월 안에 투자금을 언제 지급받을 수 있을지 고객들에게 안내하겠다”고 했다. 이어 “‘3자 협의체’를 통해 자산의 회수 및 분배 등을 논의하고 금감원 등과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한 판매사 관계자는 “레버리지를 제공했던 일부 증권사가 우선 변제권을 가져가고 다른 고객들의 손실 금액은 더 커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