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노동당 당대표 경선 첫 합동 유세… 중도파 스타머 의원 지지율 선두

입력 2020-01-19 16:02 수정 2020-01-19 16:09
영국 노동당 대표 경선에 나선 에밀리 손베리, 키어 스타머, 제스 필립스, 레베카 롱 베일리, 리사 낸디 의원(왼쪽부터) AFP=연합뉴스

영국 노동당 당대표 경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대표직에 도전한 후보 5명이 18일(현지시간) 리버풀에서 처음으로 경선 합동 유세를 벌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제러미 코빈 대표가 지난달 12일 조기총선에서 참패한 뒤 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뒤 노동당은 새로운 리더 찾기에 돌입했다. 앞서 지난 13일 후보 등록 마감 결과 키어 스타머, 레베카 롱 베일리, 리사 낸디, 제스 필립스, 에밀리 손베리 등 5명의 하원의원이 당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

경선에 출마하려면 하원의원(MP)이나 유럽의회의원(MEP) 22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최종 집계에 따르면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인 키어 스타머 의원이 가장 많은 89명의 추천을 받았다. 예비내각 기업부 장관으로 제러미 코빈 현 대표 측근과 노동당 내 좌파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레베카 롱 베일리 의원이 33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리사 낸디(31명), 제스 필립스(23명), 예비내각 외무장관인 에밀리 손베리(23명) 의원 등의 순이었다.

당대표 경선 후보 5명은 다시 한 달 이내에 노동당 지역구위원회의 5% 이상 또는 노조 2곳을 포함해 3곳 이상의 노동당 제휴기관의 추천을 확보해야 한다. 이미 영국 최대 노조인 유니슨(Unison)은 스타머 의원 지지를 선언했으며 유나이트, GMB, CWU 등 다른 노조는 지지 후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좌파 활동가 중심 평당원 그룹인 ‘모멘텀’(Momentum)은 롱 베일리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코빈 대표의 반유대주의와 급진적 이념에 비판적인 스타머 의원은 당내 중도파와 EU 잔류파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 2일 여론조사에서도 31% 지지를 얻어 롱 베일리(20%)를 제쳤다.

이날 첫 합동 유세에서 후보 5명은 한목소리로 당의 단합을 강조했다. 당의 분열을 치유하지 않으면 집권 보수당을 이기고 정권을 탈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당은 코빈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사이에 갈등이 깊었다. 코빈 반대파는 코빈 지지파를 ‘광신적 추종집단’이라고 부른 반면 코빈 지지파는 코빈 반대파에게 “보수당에 합류하라”고 맞서 왔다. 5명의 후보는 아울러 기후 위기와 반(反)유대주의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들 후보들은 다른 후보들에게 비판의 칼을 대기도 했다. 예비내각에 참여하지 않았던 필립스 의원은 “그동안 노동당에서 반유대주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예비내각 의원들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필립스 의원은 또 상원을 선출직으로 바꾸겠다는 롱 베일리 의원의 약속에 대해 “국민은 연방주의나 상원의 형태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일반 국민들의 언어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선거 참패 책임이 큰 코빈 대표와 가까운 롱 베일리 의원은 이날 다른 의원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노동당이 기존 사회주의 정신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주의가 합리적이고 신뢰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경제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어떻게 모두에게 보여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미 다른 유럽 국가에서 우리가 말하는 것을 실행하고 있지만 이를 극좌나 미친 짓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노동당은 한 달간 영국 주요 도시에서 당대표 및 부대표 경선 유세를 펼친 뒤 오는 2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투표를 진행한다. 최종 당대표 선출 결과는 4월 4일 특별 전당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