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교사신뢰도는 여전히 ‘바닥’, 학부모 38% “유학 보내고 싶다”

입력 2020-01-19 15:53

초·중등 교사들이 학부모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어 비용 부담에도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부모 10명 중 4명은 자녀를 외국에서 교육하고 싶어 했으며, 교단의 진입장벽을 낮춰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해 달라는 의견도 과반을 넘겼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지난해 8~9월 실시한 ‘2019년 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만 19~74세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초·중등 교육의 전반적인 평가는 보통(C) 수준이라고 응답한 인원이 53.5%로 가장 많았지만, 부정적(D, E) 평가가 33.9%로 긍정적(A, B) 12.7%보다 2.7배가량 높았다.

5점 만점으로 평가한 내용을 보면 초등학교는 3.09점, 중학교는 2.82점, 고교는 2.49점으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특히 초·중·고 학부모 응답자(833명)는 학교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신뢰하지 않고 있었다. 신뢰도 점수가 5점 만점에 2.79점에 불과했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초·중등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찬성한 학부모가 56.1%에 달했다.

사교육 부담은 가중되고 있었다. 유·초·중등 학부모의 97.9%가 사교육을 시킨다고 응답했으며, 자녀 사교육비가 부담되느냐는 질문에는 94.7%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과거에 비해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51.9%로 가장 많았지만 ‘다소 심화했다’는 응답이 30.9%로 전년도 19.9%에 비해 11%포인트 증가했다.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로는 ‘남들보다 앞서 나가게 하기 위해’(24.6%), ‘남들이 하니까 심리적으로 불안해서’(23.3%)라는 응답이 팽팽했다.

학부모들은 초·중등 교육 내실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로 ‘학벌 위주의 사회 체제 개선’을 25.7%로 가장 많이 꼽았다. 대입 선발 방식 개선이 21.1%, 교원 전문성 제고 18.1%, 수업 방식 다양화 17.9% 순이었다.

자녀를 외국 학교로 유학 보낼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없다’(44.7%)는 응답이 ‘있다’(37.6%)는 응답보다는 많았다. 다만 초등학생 학부모는 17.3%, 중학생 학부모 29.9%, 고교생 학부모 41.9%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유학 선호 비중이 올라갔다. 유학을 고려하는 이유 1위는 ‘한국 교육에 대한 불만’(24.6%)이었다. ‘자녀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위해’(19.5%), 경쟁 위주의 교육에 대한 불만(19.2%) 순이었다.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 등 고교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44.1%, 학부모 응답자의 50.9%가 찬성했다. 반대 응답은 각각 21.7%, 19.8%였다.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1순위 추진 과제로 ‘등록금 부담 경감’(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10년 넘게 대학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많이 요구한 정책은 대입 전형 단순화(20.9%)였다. 4년제 대학교수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가 41.8%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 8.1%를 크게 웃돌았다. 전문대는 못한다는 응답이 35.1%, 잘한다는 응답이 14.3%로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