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폐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하루 사이에 17명이 늘었다. 특히 일부 환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우한 화난수산시장을 지나간 적이 없어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 대이동이 이뤄지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절을 앞두고 우한 폐렴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인민망 등에 따르면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9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하루 만에 17명이 늘어나면서 전체 환자 수가 62명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7일 추가로 확인된 환자는 남성 12명, 여성 5명으로 연령대는 30~79세 사이이다. 60세 이상이 8명, 60세 이하는 9명으로 이들 중 3명은 중증이다. 이들은 모두 13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증세를 보였다.
우한 위생건강위원회는 일부 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화난수산시장과의 접촉 이력이 없다고 밝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우한 위생건강위원회는 앞서 지난 15일에도 “아직 명확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지만, 제한적인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비슷한 견해를 밝히며 각국 보건 당국의 철저한 검역을 당부했다.
최근 우한에 다녀온 일본 거주 중국인 남성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에 감염됐으나 화난수산시장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여성도 ‘우한 폐렴’에 걸렸으나 화난수산시장을 간 적이 없어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에서는 화난수산시장에서 일하는 남편이 먼저 폐렴에 걸린 뒤 부인까지 감염된 사례도 있었다.
폐렴 전염 속도도 우려를 자아낸다. 우한시 위생건강위는 전날에는 지난 16일 기준으로 중국 내 폐렴 환자가 4명 더 늘어 총 환자 수가 45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한동안 41명에 머물러 있던 폐렴 환자 수가 불과 이틀 만에 21명이나 늘어 62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한 폐렴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발표하는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 컬리지 런던 MRC 연구팀은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공식 발표보다 40배 정도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중국 국내외에서 보고된 감염자 수와 우한 인구, 공항 수용 규모 및 해외 여행객 수, 바이러스 잠복기 등을 감안한 결과, 1월 12일 기준으로 총 1723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 관계자는 “전염병 창궐을 우려하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실질적인 인체 간 감염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당국이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남부 선전에서 2명, 동부 상하이 1명의 우한 폐렴 의심 사례가 발생해 격리 상태로 치료받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태국에서는 우한을 다녀온 중국인 여성 2명이, 일본에서는 30대 중국인 남성이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도 폐렴 의심 환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홍콩과 대만에서는 각각 80명, 4명의 의심 사례가 발견됐지만,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내에서는 우한 폐렴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다는 루머가 확산돼 당국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중국 질병관리센터는 웨이보 공식 계정에 ‘우한 폐렴 5대 유언비어’라는 글을 올려 “우한 폐렴이 신형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라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며 “중국 보건당국이 우한 폐렴 환자 수를 축소해 공개하고 있다는 소문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뉴욕 존F케네디 국제공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등 3곳에 직원 100여 명을 배치해 우한에서 입국한 승객에 대한 검사를 시작하는 등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각국의 검역이 강화되고 있다.
CDC 직원들은 우한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발열, 기침, 호흡 곤란 등 폐렴 증세를 검사해 발병 위험이 있는 사람은 지정된 의료 시설로 옮긴다. CDC가 마지막으로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생한 2014년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