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지역 아닌데” 히말라야 눈사태 재구성

입력 2020-01-19 14:02

네팔로 교육 봉사를 떠났던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이 트래킹 도중 실종된 지역은 최근 기상이변으로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협곡으로 이뤄진 등산로는 초보자도 누구나 등반할 수 있는 구간이지만 이곳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처음으로 알려졌다. 히말라야 데우랄리(해발 3200m)에서 발생한 눈사태로 한국인 4명이 실종됐고 이들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사흘째인 19일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산사태를 피한 교사 7명 중 6명은 오는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고 나머지 1명은 현지에서 수색 지원에 나선다. 당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지난 14일 귀국한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고가 난 데우랄리 지역은 어는 산악인도 눈사태가 발생하는 위험지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상 이변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전 대장은 “데우랄리는 협곡을 따라 흙길로 조성된 등산로로 초보자도 누구나 쉽게 등반할 수 있다”며 “이곳에서 사고가 났다는 소식은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직지원정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直指)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8년 출범했다. 원정대는 지난 14일 히말라야에 오른 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박 전 대장은 히말라야에 30여 번 이상 다녀온 베테랑 산악인이다.

이번 산사태는 급격한 바위 등에 여러 층으로 쌓인 눈이 압력과 무게에 밀려 무너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5시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충남도교육청 해외 교육봉사단 관계자도 “현지 날씨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런 사고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네팔에 총 39명으로 이뤄진 3개 봉사팀을 파견했다. 이날 돌아온 2번 팀은 지난 7일 한국에서 출발했고, 사고가 난 3번팀은 지난 13일 출국해 25일 돌아올 예정이었다. 2팀 역시 앞서 사고 지점인 트레킹코스를 다녀왔다. 이 관계자는 “초등학교 2, 3학년 학생들도 평범하게 다니는 트레킹 길이었기 때문에 사고 우발지역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모든 선생님들이 충격에 빠졌다”고 밝혔다.

현지 기상 악화로 사고 현장 접근이 어려운 상태다. 주네팔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수색에는 구조 경험이 많은 경찰 전문인력 6∼10명이 추가로 투입됐다. 전날에는 현지 지리에 밝은 인근 주민 13명으로 구성된 3개 수색팀과 인근 지역 경찰 7명이 수색에 나섰다.

이들은 전날 오후 2시30분쯤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강풍이 몰아치고 눈이 내리는 바람에 오후 4시쯤 현장에서 철수했다. 헬리콥터도 동원했으나 날씨가 좋지 않아 사고지점 인근에는 착륙하지 못했다.

현재 사고 지역에는 눈이 4∼5m 정도 쌓여 있으며, 강설로 추가 눈사태가 우려돼 수색에 애로를 겪고 있다.

도교육청은 20일 오후 신익현 부교육감을 대표로 하는 현장지원단 2진을 네팔 현지로 추가 파견하기로 했다. 2진은 현장 지원을 총괄할 부교육감과 가족 심리 안정을 지원할 전문 상담교사 2명, 행정지원 인력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됐다. 18일 출발한 1진에 동행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 3명도 함께 출국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외교부와 교육부, 현지 대사관 등과 긴밀히 협조해 연락이 두절된 교사들이 모두 귀환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현지시간 17일 오전 10시30분∼11시(한국시간 오후 1시45분∼2시15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코스인 데우랄리 지역에서 하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트레킹에 나섰던 교사 9명은 데우랄리를 향해 걸어가다 좋았던 기상상태가 폭설과 폭우로 급변한 것을 보고 하산을 결정했다. 선두그룹에 속한 교사 4명과 가이드 2명이 먼저 내려가고 그 뒤로 교사 5명과 가이드가 뒤를 따랐다. 눈사태가 발생한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두그룹 6명이 갑작스러운 눈사태에 휩쓸렸고, 뒤따르던 일행은 신속히 몸을 피했다.

홍성= 홍성헌 전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