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월곡동 고려인마을에 보관 중인 각종 고려인기록물이 국가지정기록물로 첫 등재됐다. 고려인역사유물전시관에 전시될 기록물이 국가지정기록물 제13호로 영구 보관된다.
19일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등재된 고려인기록물은 고려인 유명작가와 문화예술인들이 남긴 소설, 희곡, 가요필사본 등 육필원고 21권과 고려극장 8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사진첩 2권 등 총 23권이다.
기록물 소장자 김병학 고려인연구가는 지난해 4월 고려인마을 주최로 광주시에서 가진 3·1운동 100주년 기념 고려인역사유물전시회 준비과정에서 국가지정기록물 등재에 착수했다. 국가기록원 역사기록관을 통해 국가기록원 측의 자체심사와 외부전문가 심사를 진행해 지난해 연말 최종 등재 확정 통보를 받았다.
등재된 고려인 육필원고 기록물은 고려극장 1세대 극작가 김해운의 희곡 8편, 2세대 극작가 한진의 희곡 8편 및 소설 1편, 고려인 1세대 산문작가 김기철의 소설 2편, 기타 가요필사본 2편 등 고려인 모국어 문학작품이 대부분이다. 희곡 8편이 등재된 극작가 김해운은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와 1939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서 설립된 고려극장(조선극장)의 창단멤버로 1950년에는 사할린으로 건너가 조선극장을 크게 중흥시켰다. 그는 1932년부터 1959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 타쉬켄트, 사할린이라는 각기 다른 장소의 고려극장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희곡작품을 남겼다. 시기적으로 가장 앞선 희곡 ‘동북선’(1935년)은 격렬한 항일노동운동을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9편의 작품을 등재목록에 올린 극작가 한진은 탁월한 고려인 2세대 한글문학작가다.
1964년부터 1993년까지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에서 활동했다. 그는 미학적으로 세련된 희곡작품을 통해 고려극장의 전반적 연기수준을 한 단계 드높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표작 중 하나인 희곡 ‘산부처’(1979년)는 소련문화계의 큰 주목을 받아 두 차례나 모스크바 초청공연을 했다.
또 희곡 ‘폭발’(1985년)은 소련고려인이 생산한 모든 장르의 문학작품을 통틀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주요사건으로 다룬 유일한 작품으로 남아있다. 중편소설 ‘공포’(1989년)는 고려인 강제이주의 참상을 가장 실감나고 적나라하게 묘사한 최초의 고발작품이다.
이밖에 고려극장 사진첩 2권은 1932년 고려극장 창단부터 2000년 무렵까지 고려극장이 무대에 올린 각종 연극과 배우들의 활동상황을 시대별로 살펴볼 수 있는 260여장의 풍부한 자료사진이다. 고려극장은 1932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설립돼 현재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으로 그 명맥이 어어져 오고 있는 세계 최초의 우리말 전문연극극장이다.
고려인기록물을 소장한 김병학씨는 1992년에 카자흐스탄으로 건너가 민간한글학교 교사, 대학한국어과 강사, 재소고려인신문 고려일보 기자,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센터 소장 등으로 일하다가 2016년에 귀국했다. 다수의 고려인관련 서적을 펴내 그는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동안 1만여점의 각종 고려인 유물들을 수집했다.
김씨는 “수집한 고려인 관련 유물을 단계적으로 광주고려인마을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