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단행한 당내 주요 보직 인사의 윤곽이 드러났다.
조선중앙통신은 사망한 ‘항일빨치산 1세’ 황순희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른다면서 당·정·군 간부 70명으로 구성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을 18일 발표했다. 북한이 주요 행사나 명단을 소개할 때 주로 권력 서열에 따라 호명한다는 점에서 황순희 장의 명단은 당 전원회의 인사 결과를 엿볼 수 있어 주목된다.
이날 발표한 명단 중 제외된 인사는 박광호, 리수용, 김평해, 태종수, 안정수 등 5명이다. 12명의 당 부위원장 중 절반가량이 교체된 셈이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이 당 전원회의 마지막 날 새로 구성된 ‘당 중앙 지도기관’ 간부들과 찍은 사진에도 이들 5명은 없었다.
올해 85세인 리수용은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러시아 대사였던 김형준에게 넘겨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리수용이 정치국 위원으로 권력 서열 7~8위 안팎이었던 것과 달리 신임 김형준은 당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고 서열도 19위로 한참 뒤에 머물렀다.
김형준은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당 부위원장 서열 마지막에 놓였던 김영철보다 뒤에 있다. 리일환은 조직담당 부위원장인 리만건 다음에 호명돼 박광고 대신 선전선동을 담당했고, 리병철 역시 순수담당 부위원장인 태종수의 후임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다만 경제관료 등 행정간부 인사 담당인 김평해와 경공업 담당 안정수의 후임은 확인되지 않는다. 김평해 후임으로 주목되는 인물은 전원회의에서 당 부위원장과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한 김덕훈이다. 장의 명단에서 8번째로 호명되며 서열이 앞서있다.
한편 이날 미국 NK뉴스는 평양의 소식통을 인용해 리용호 외무상이 교체됐으며 후임은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만약 리 외무상의 교체가 사실이라면 미국에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채 압박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북한의 대미 전략이 일정 부분 반영된 인사일 가능성이 크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