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준(55) 전 SBS 앵커의 1심 선고가 미뤄졌다. 검찰이 김 전 앵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법원이 다시 판단하기 위해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 박강민 판사는 17일 김 전 앵커의 1심 선고 재판을 연기하고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김 전 앵커는 법정에 서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고인의 일부 범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면서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급받지 않았다”며 “이런 경우 영장이 다른 범행에도 효력을 미치는지가 쟁점”이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최근 대법원에서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영장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구체적·개별적인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내려진 점을 언급했다.
검찰은 “영장이 관련성 있는 범행에서 효력을 발휘한다는 취지의 논문이 여러개 있다”며 “이 사건에서는 충분히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도 이런 취지로 유죄가 선고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비슷한 최소 3개 사건이 대법원에서 진행 중이라는 점을 알렸다. 그러면서 선고가 늦어지더라도 이 사건들의 결과를 참고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변호인에게 요구했다.
앞서 김 전 앵커는 지난해 7월 3일 서울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여성의 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체포 직후 범행을 부인했으나 휴대전화에서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의 사진 여러 장이 발견됐다.
김 전 앵커는 경찰 입건 사실이 보도된 뒤 SBS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김 전 앵커에게 징역 6개월, 취업제한 3년 명령을 구형했다. 김 전 앵커는 같은날 공판에서 “피해자께서 감사하게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셨다”며 “피해자의 자필 탄원서를 읽으며 진심으로 반성했다. 참담한 심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달 4일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