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제안한 해법을 두고 “어느 것이 해결책이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반복했다. 징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도 “공은 한국에 있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은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17일 오후 외무성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합뉴스가 징용 문제에 관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발언에 대한 견해를 묻자 “공이 한국에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앞서 징용 문제의 해법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어느 것이 해결책이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재차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제시한 해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본이 수정의견이 있다면 그것을 내놓고 함께 머리를 맞대 지혜를 모아나간다면 충분히 해결의 여지가 있다”고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하지만 모테기 외무상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외면한 채 징용 문제 해결의 책임을 한국 정부의 몫으로만 돌렸다.
모테기 외무상은 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한일 시민단체와 변호사 등이 ‘해법을 논의할 양국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원고나 지원 단체의 움직임에 일일이 논평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고 잘랐다. 그러면서도 징용 판결에는 “한국에 대해 국제법 위반의 시정을 계속 강하게 요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징용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사죄하는 것이 일본 정부가 언급한 나라와 나라의 약속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한 관계의 기초를 뒤집은 국제법 위반의 시정을 계속 요구한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고 답하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답변을 내놨다.
앞서 양국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은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인권침해 사실’을 일본 정부와 기업이 받아들이고 사죄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이런 요구는 청구권이나 재산, 혹은 돈 문제와는 별개로 징용 피해자의 감정에 관한 문제’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모테기 외무상은 “돈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문제가 해결됐는지 해결되지 않았는지에 관한 것이며 그것은 일한 양국 정부가 합의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와 국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종전의 답변을 반복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