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이재용 봐주기’ 소문 돈다”…커지는 ‘삼성 준법감시위’ 논란

입력 2020-01-17 17:15 수정 2020-01-17 18:0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17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벌 혁신이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이재용 봐주기’”라며 반발했다. 재판부 요청으로 도입된 삼성 준법감시위를 놓고 특검과의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회 공판기일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실효적 운영 점검이 필요하다”며 “다음 기일에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해 실효적 운영을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원 몫의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지명한 뒤, 특검과 삼성 측이 각각 1명씩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그룹 총수 등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기 위해선 제3의 관찰자가 필요하단 판단 아래 이같이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9일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삼성 준법감시위를 출범시켰다. 재판부가 지난해 10월 “그룹 내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한 데 따른 조치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가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해 각각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국민 중에는 피고인과 삼성의 약속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분도 계신다”며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부회장)과 삼성의 약속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그 시행과정을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그러나 “항간에서 재판부가 ‘이재용 봐주기’ 명분을 쌓는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양재식 특검보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양형사유로 보고 있다는 게 분명해졌다”며 “양형기준 어디에 해당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벌체제 혁신에 대한 논의 없이 준법감시제도만 놓고 양형 사유를 논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전문심리위원단 구성에 반대하고 협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 승계 작업의 존부 입증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사건 관련 증거 신청을 놓고도 갈등이 벌어졌다. 특검은 “삼성 승계 작업이 이번 뇌물공여 사건의 핵심”이라며 지난해 11월 1회 공판기일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 등의 일부 기록을 증거로 제출한다고 했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승계 작업 존부가 뇌물을 주면서 청탁할 개별 현안이 있었던 점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승계작업의 일환인 구체적 현안을 각각 따지는 재판이 아니다.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하지 않다”며 특검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이날 법정 출석 과정에서 “준법감시위 출범이 감형 수단이라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