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트럼프를 향하는 탄핵 칼날

입력 2020-01-17 14:17
미 상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공식 개시된 15일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오른쪽)이 탄핵심판 재판장으로서 선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심판을 위한 상원 절차가 16일(현지시간) 공식 개시됐다. 탄핵 열차에 다시 시동이 걸리자마자 트럼프를 옭아매는 공세가 쏟아져 나왔다. 하원과 달리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이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킬 게 거의 확실시되나 대선을 앞둔 트럼프 진영의 정치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은 의회에서 탄핵 심판을 주재하는 재판장으로서 선서한 뒤 100명의 상원의원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는 선서를 받았다. 선서식에 앞서 전원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구성된 탄핵소추위원 7명은 탄핵안을 상원으로 가져와 ‘검사’로서 이를 낭독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재판을 맡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상원이 재판을 주재한다. 연방대법원장이 재판장 역할을 맡고,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검사 역할을 하면 상원의원들이 배심원으로서 탄핵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탄핵 심판 공식 절차가 시작되기 무섭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세가 쏟아졌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몸통’으로 불리는 루돌프 줄리아니의 측근 인사인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 공식 직책 없이 우크라이나 비선 외교를 주도한 줄리아니는 파르나스를 통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파르나스는 MSN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해당 사안에 대해 잘 몰랐다는 그의 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는 나의 모든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나는 줄리아니나 대통령 허락 없이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 내용은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개시한다는 우크라이나 측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 군사 원조는 물론이고 모든 원조를 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군사원조를 볼모로 우크라이나 천연가스사 관련 바이든 부자 의혹 재수사를 압박했다는 것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쟁점이다. ‘정적 제거’라는 자기 이익을 위해 국력을 악용했다는 것이다.

미 의회 소속 감사기구인 회계감사원(GAO)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의회에서 책정한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보류한 것은 연방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의회가 법제화한 정책 우선순위를 대통령이 자신의 우선순위로 대체하는 것은 법의 충실한 집행이라는 차원에서 허용하지 않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의혹을 받는 사업가 로버트 하이드의 집과 사업체를 전격 조사했다. 상원 탄핵심판과 별개로 수사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며 트럼프 진영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버츠 대법원장의 탄핵 심판 선서 직후 트위터를 통해 반발했다. 그는 “나는 완벽한 전화 한 통을 했다는 이유로 방금 탄핵 당했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 대해 “완벽했다”고 말했다. 문제될 게 없는 통화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탄핵 심판은 사기다. 상원 심리는 매우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탄핵 심리는 오는 21일 시작된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