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미술품 ‘로비설’ 없어질까?…부산시 “제도 개선하겠다”

입력 2020-01-17 10:20 수정 2020-01-17 10:56
동서대 해운대캠퍼스 앞 광장에 높이 9m 무게 55t의 피노키오 조형물. 세계적인 거장 미술가인 짐 다인이 제작한 '희망으로 나아가는 소년(Boy With a Hope, Walking Forward) 동서대 제공

부산시 건축물 미술조형물에 대한 심의 제도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대형 아파트나 상업시설 등 대형 건축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미술 조형물이 작품선정과 심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논란이 이어지자 제도 개선을 결정했다.

17일 부산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대형 건물 신축 시 미술품 설치를 의무화한 문화예술진흥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기로 하고 마무리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조례 발효 이후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청회 등 공론화 장을 가진 뒤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다듬어질 조례의 주요 내용은 그동안 비공개로 운영하던 미술작품심의위원 50명의 공개 여부와 주관적인 판단 비중이 컸던 심의 방법의 개선이다. 심의위원은 부산시 문화체육국장과 건축주택업무 담당과장 등 당연직 3명을 비롯해 조각(15명), 회화(7명), 건축(7명), 디자인(5명), 미학평론(4명), 공예(3명), 전시기획(3명), 도시계획(1명), 미디어아트(1명), 시민대표(1명) 등 위촉직 47명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2+2(1회 연임)년이다.

미술 작품 심의에는 미술작품심의위원 50명 가운데 뱅크제로 선발한 위원 13명이 위원회를 구성해 참여한다. 월평균 1회 정도 열리는 심의에 몇몇 위원이 장기간 고정적으로 참가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특히 ‘바닥이 좁다’는 지역 미술 시장에서 위원명단이 자연스럽게 공개됨으로써 로비설과 인맥 설이 돌고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몇몇 작가가 작품을 독식한다는 등의 뒷얘기가 항상 무성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심사위원의 책임감과 투명성을 확보하고자 그동안 비밀에 부쳐왔던 풀(full)단 명단을 아예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원 명단을 공개하면 위원 스스로의 자정력 확보는 물론이고 리스트를 확보한 일부가 사전에 로비를 벌였다는 등의 의혹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실제 심의에 참석하는 위원 명단을 공개할지의 여부는 현재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왼쪽은 서울시가 사용하고 있는 미술작품 심의 채점표. 오른쪽은 부산시가 사용하고 있는 심의표 양식.

더불어 작품심의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작품 심의는 제출서류와 질의응답 내용을 판단해 심의표에 채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심의표(사진 오른쪽 참조)가 주관적으로 작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판이 지속했다. 이에 따라 채점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심의표 마련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이면계약에 의한 건축주와의 리베이트 관행, 공모제·기금제 등 제도 개선, 브로커 난립, 특정 작가 편중 현상, 새로운 공공 미술 개념 도입 등을 담기 위해 고심 중이다. 특히 심의위원의 도덕적 해이와 비위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해촉 등 징계 방안도 조례 삽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의 미술위원회에는 지난해 8월 현재 157점이 접수돼 134점을 승인해 가결률은 85.3%였다. 부산의 2015~2019년 건축물 미술 작품 심의의 가결률은 79.3% 수준이다.

한편 문화예술진흥법과 부산시 문화예술진흥조례는 미관지구 내 11층 이상의 건물이나 연면적 1만㎡ 이상의 신·증축건물에 대해 연면적 건축비의 1%를 미술품설치에 쓰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 1972년 8월 미술품설치를 ‘권장’하다가 1995년 7월 ‘의무사항’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공공 미술 인식이 부족한 건축주가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 제도를 형식적으로 이행하려 하다 보니 크고 작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