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를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시 열린다. DLF는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일으켜 논란을 불렀다.
16일 열린 첫 제재심에선 10시간 넘는 공방이 벌어졌다. 하지만 ‘경영진 중징계’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논의가 길어져 추후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제재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DLF 사태와 관련한 첫 제재심을 열었다. 제재심은 금감원 조사부서와 제재 대상 은행이 각각 의견을 내는 대심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금감원이 ‘문책 경고’(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던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도 제재심에 참석해 변론을 했다. KEB하나은행에 대한 심사가 먼저 진행됐는데, 치열한 논박 끝에 오후 7시쯤 겨우 마무리됐다. 이어 우리은행에 대한 심사가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제재심의 최대 쟁점은 경영진 중징계 여부였다. 금감원 측은 은행 본점 차원의 과도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이 DLF 불완전 판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영진에 무거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금감원 측은 “내부통제 부실 등에 따른 경영진 중징계를 법률적으로 충분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두 은행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문책 경고의 근거가 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는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시행령에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조항만으로 경영진까지 중징계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금융회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문책 경고까진 윤석헌 금감원장의 전결 사안이나, 기관 중징계 등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한편 DLF피해자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금감원에 진정서를 내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KEB하나은행 경영진의 해임을 요청한다”며 “두 은행은 온갖 꼼수를 부리며 배상금액을 낮추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