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은’ 경찰, 책임수사추진본부 발족… 국가수사본부 추진

입력 2020-01-16 17:13 수정 2020-01-16 18:11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경찰이 광폭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에 지휘기구를 발족해 후 조치 실무를 맡기는 한편 전국 지방청에도 관련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전날 주관한 전국 지휘부 회의에서는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등 전보다 한발 나아간 발언도 나왔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16일 경찰청 차장을 본부장, 수사국장을 부본부장으로 삼는 ‘책임수사추진본부’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전국 18개 각 지방청에도 2부장을 단장으로 삼아 ‘책임수사 실무추진단’을 만들 계획이다. 민 청장이 전날 수사권 조정에 따라 올해를 ‘책임수사 원년의 해’로 선포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책임수사본부는 조정안에 따른 대통령령 제정과 함께 ‘국가수사본부’ 설립을 추진한다.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5월 여당·정부·청와대가 내놓은 경찰개혁 방안과 여당의 경찰법 개정안에서 언급된 조직이다. 독립된 별도의 수사기구이자 국가경찰로서 광역단위의 사건 처리를 맡아 최종적으로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하는 게 목적이다. 본부장에는 개방직 전문가를 삼아 외부개입을 차단한다.

경찰청은 수사권 조정 뒤 대통령령을 비롯한 하위법령을 정비할 예정이다. 내·외부 통제 강화와 수사 품질 균질화, 수사역량 강화 등 위한 조치도 이어진다. 최근 총경 승진 임용 예정자로 내정된 92명 중 일부를 ‘책임수사지도관’으로 임명하는 계획을 비롯해 여태 추진해온 ‘사건심사시민위원회’ 확대, 지방청 중심의 광역수사 체제 편성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 뒤 처음 열린 지난 15일 경찰 간부회의에서도 ‘탄력받은’ 발언들이 이어졌다. 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민갑룡 청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개혁단은 향후 “검사의 직접수사 폐지·축소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헌법상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검찰 영장청구권 삭제를 위한 개헌 필요성까지 직접 제기한 건 드문 일이다. 2017년 경찰개혁위가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지만 이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조직이었다. 청와대가 2018년 3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한 내용의 개헌안을 국회에 제시한 적은 있다. 현행 헌법은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조문에 적시해 검찰의 독점적인 영장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다.

개혁단은 일제 치하인 1912년에 공포된 조선형사령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검사 지배형 형사사법구조’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통과된 조정안이 “일제강점기에 시작된 검사지배적 수사구조를 벗어나 민주적 형사사법체계로 나아가기 위한 수사구조 개혁 논의가 형사소송법 제정 65년만에 입법적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