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가짜뉴스나 불법 유해정보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지키고 미디어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총선을 90일 남겨둔 시점이자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 가짜뉴스 대책 마련을 강조함에 따라 방통위를 중심으로 관련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짜뉴스에 관한 규정과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을 경우 ‘여론에 재갈 물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1986년 국내 최초 메모리반도체 개발 등 한국을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으로 만드는 데 공헌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이날 업무보고 장소로 선택했다.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와 과학기술을 통한 경제 혁신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미디어와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정보의 양도 엄청나게 빠르게 늘고 있다. 늘어난 정보가 국민 개개인과 공동체 삶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짜뉴스 대책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차례 가짜뉴스에 대한 경계심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뉴스통신사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는 저널리즘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언론의 공정성과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했고, 지난해 9월에도 “너무나 빠르게 확산하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공정한 언론을 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민간과 기업의 노력에 정부의 지원이 합쳐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인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힘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 혁신적 포용국가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 앞서 대덕연구단지의 과학기술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성과를 만들고 있는 과학기술인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미세먼지 관측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인공위성인 천리안2B호 개발에 참여한 항공우주연구원 강금실 박사, AI 반도체 분야 전문가인 KAIST 유회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강 박사로부터 천리안2B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손뼉을 치며 감탄하면서 “미세먼지의 국경 간 이동 상황을 세계 최초로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미세먼지의 진원지가 어딘지도 알 수 있나”라고 물은 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가축전염병을 조기에 발견, 예방하는 ‘팜스플랜(Farms plan)’ 시연에도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돼지 생체에 관한 데이터, 이른바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솔루션이 양돈 분야까지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놀랍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 묻기도 했다.
정세균 신임 국무총리도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은 제가 하지만 마무리발언은 정 총리가 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국정보고를 그런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후반기에도 총리가 중심이 되는 내각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