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전기차 개발 방식을 혁신하고 시장 선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 상업용 전기차 전문 업체에 전략 투자를 단행했다. 친환경 상용 전기차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영국 업체 ‘어라이벌’에 총 1억 유로(약 1290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실시하고 도심형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투자액수는 현대차 8000만 유로, 기아차 2000만 유로다.
이번 투자는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전기차 개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어라이벌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경쟁력 있는 가격의 친환경 상용 전기차를 유럽에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상용 전기차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15년 설립된 어라이벌은 밴과 버스 등 상용차 중심의 전기차 개발 전문 기업이다. 영국 본사 외에도 미국 독일 이스라엘 러시아 등에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어라이벌은 모듈화된 구조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 모터를 표준화된 모듈 형태다.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구조의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를 가리킨다. 이용 목적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작된 자동차 상부를 조립하는 ‘레고 블록’같은 제조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하나의 플랫폼으로 개별 고객의 요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차종을 만들 수 있어 차량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은 현대차가 ‘CES 2020’에서 개발 계획을 밝힌 전기차 기반의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에 적용된다. 용도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의 PBV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기아차 역시 지난 14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공유 서비스 업체와 물류 업체 등에 공급할 PBV를 개발할 계획을 밝혔다.
어라이벌의 특화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기술과 현대·기아차의 대규모 양산차 개발 역량이 결합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물류 운송용 글로벌 소형 전기 상용차의 시장 규모는 올해 31만6000대에서 2025년 130만7000대 수준으로 매년 33%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와 수소전기를 활용한 ‘투 트랙’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는 2021년까지 유럽 당국은 연간 개별 자동차 업체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기존 130g/㎞에서 95g/㎞로 강화하고 기준에서 1g 초과 시 대당 95유로의 패널티를 부과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글로벌 수소전기차 리더십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올해 수소전기차 ‘넥쏘’의 국내 판매량 목표를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1만100대로 잡았다고 이날 밝혔다. 수소전기차 판매뿐만 아니라 수소 인프라 확대에도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어라이벌과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을 통해 유럽 시장을 필두로 글로벌 친환경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