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상승 노리고 제주 천연동굴 훼손한 개발업자

입력 2020-01-16 15:14
불법개발로 파괴된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의 천연동굴인 '생쟁이왓굴' 일대 모습. 제주도자치경찰단 제공

땅값 상승을 노리고 제주도 천연동굴을 파괴한 개발업자와 중장비기사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개발업자는 동종 전과가 3차례나 있고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질렀지만 또다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최석문 부장판사)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개발업자 이모(66)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중장비기사 박모(54)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씨 등 2명은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행정당국의 허가 없이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약 1만3305㎡를 불법 개발했다. 이들이 파괴한 지역에는 천연동굴인 생쟁이왓굴도 있었다. 이들은 지가를 상승시킨 후 매매할 목적으로 언덕 형태의 암반지대를 제거하다가 천연동굴의 존재 및 훼손 사실을 알게 됐으나 관할관청에 신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암반과 흙으로 동굴 훼손 흔적을 메운 후 종유석과 기타 암석들로 대형 석축을 조성해 현장을 은폐했다. 생쟁이왓굴의 전체 70m 중 북쪽 방면 50m 구간은 형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

이씨는 과거에도 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2차례 수백만원대의 약식명령을 받고 2015년에는 집행유예 처분까지 받았지만 집행유예 기간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는 동종 전과로 같은 법원에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이력이 있고 집행유예 기간에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매장문화재가 크게 훼손됐다”면서도 “다만 이들이 모두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