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진행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서명식은 TV 리얼리티 쇼를 방불케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쇼를 진행하듯 미·중 양국 관리들을 치하하고 서명식 참석자를 일일이 호명하는 등 50분 가까이 마이크를 잡고 놓지 않았다. 서명식이 늘어지면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국 측 인사들은 물론 중국 대표단까지 한 시간 넘게 병풍처럼 늘어선 채 기다려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서명식장이 마련된 백악관 이스트룸 연단에 섰다. 펜스 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류 부총리, 추톈카이 미국 주재 중국대사 등 양국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 양편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이 자신보다 직급에서 두 단계 낮은 류 부총리를 서명식에 파견했음에도 이례적으로 직접 서명식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품속에서 서류를 꺼내 연단에 놓은 뒤 연설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중국과 더불어 전례가 없는 중대한 발걸음을 내딛는다”며 “미국과 중국은 역사적인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함으로써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이라는 미래로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 므누신 장관에게 잠시 발언 기회를 주고 류 부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낭독토록 한 것을 제외하고는 서명식 내내 마이크를 독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과 자신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참모들에게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고 치하했다. 더 나아가 내빈석에 자리잡은 공화당 의원과 기업가들까지 일일이 호명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길어지는 통에 가장 중요한 합의문 서명과 교환은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10분쯤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 펜을 한 개만 챙겨온 류 부총리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목재 필통 속에 자신이 즐겨 사용하는 검은 색 유성 사인펜을 잔뜩 준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문 서명을 마친 후 필통 속 사인펜을 한 움큼 쥐어 미·중 양국 참석자들에게 기념품으로 돌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류 부총리에게 직접 사인펜을 전달한 뒤 악수를 하고 행사를 마쳤다.
서명식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의사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상원 송부를 위한 표결이 열렸다. 때문에 CNN 등 미국 언론들은 두 개의 중요 뉴스를 동시에 전달하기 위해 백악관과 하원 본회의장을 바쁘게 오가며 중계해야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