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부터 9억원 넘는 집 사면 전세대출 토해내야… 상속만 예외

입력 2020-01-16 14:50 수정 2020-01-16 20:13

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오는 20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규제를 전격 시행한다. 이날부터 고가주택(시가 9억원 초과)을 보유한 사람은 어디에서도 신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다. 20일 이후 전세대출을 받은 사람이 고가주택을 사거나 다주택자가 되면, 대출을 즉시 갚아야 한다. 돈을 빌린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취득되는 ‘상속’만 전세대출 회수 대상에서 빠진다.

이에 20일 전후로 전세대출을 계획하던 차주나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고가주택 보유자의 혼선이 우려된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세대출 규제의 세부 적용사례 등을 설명했다. 이를 문답(Q&A)으로 풀어봤다.

-현재 시가 10억원 아파트를 갖고 있고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살이한다. 곧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데 대출 연장이 가능한가.
“20일 이전에 전세대출 보증을 받은 고가 1주택 보유 차주에 한해 대출 연장이 허용된다. 또 이사를 하더라도 전세대출 금액이 그대로라면(갱신·재이용) 오는 4월 20일까지 1회에 한해 대출보증이 가능하다. 집주인 사정으로 전셋집을 옮겨야 하는 경우 등을 감안해서다. 하지만 시가 15억원을 넘는 초고가주택 보유자에게는 이런 유예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초고가주택에 대해 대출을 전면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가 주택 보유자인데, 20일 이후 전세대출은 불가능한가.
“그렇다. 공적보증에 이어 민간보증인 SGI서울보증의 대출보증도 막힌다. 20일 이전에 전세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계약금 납부 사실 등을 차주가 입증해야 한다.”

-20일 이후 갑자기 지방으로 전근하게 된다면? 교육을 위해 자녀는 서울에 살고 남편(또는 아내)만 지방에 내려가는 경우에도 전세대출이 불가능한가.
“불가피한 사유에 따른 전세대출은 예외를 허용한다. 대신 ①직장 이동·자녀 교육 등 실수요로 ②보유한 주택이 있는 시·군을 벗어나 ③전셋집에 거주하는 조건만 여기에 해당한다. 가령 서울에 시가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을 갖고 있는데, 남편이 부산으로 발령이 났다고 가정해 보자. 아내와 자녀는 서울에서 거주하고 남편은 전세대출을 받아 부산에 전셋집을 얻을 수 있다. 대신 가족이 서울과 부산에 각각 실거주한다는 걸 주민등록 등으로 입증해야 한다.”

-고가주택을 판단하는 기준과 시점은 뭔가.
“KB 부동산시세 또는 한국감정원 시세 가운데 높은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세가 없다면 공시가격의 150% 또는 취득가액 중 높은 가격을 적용한다. 시점의 경우 신규 전세대출 신청이나 만기 연장 시엔 대출 신청일(연장일) 시세가 기준이다. 전세대출 회수 기준은 고가주택 취득일(등기이전 완료일) 시세로 따진다. 주택 매매계약만 체결됐거나 분양권·입주권 보유 상태라면 주택 취득(등기이전) 전까지는 매입·보유로 보지 않는다.”

-현재 비(非) 고가주택(시가 9억원 이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전세로 산다. 내년에 전세계약이 끝나는 데 집값이 올라 시가 9억원을 초과하면 어떻게 되나.
“전세대출 보증이나 연장은 불가능하다. 보유한 고가주택에 실거주하라는 취지다. 다만 이직, 자녀 교육 등 전세 거주 ‘실수요’를 증빙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공적보증(주택금융공사·HUG)에 적용되는 예외 조치와 같다.”

-‘실수요’ 기준은 뭔가.
“직장 이동, 자녀 교육, 요양·치료, 부모 봉양, 학교 폭력 등이 기준이다. 이를 증빙하기 위해 각각 재직기관 발급서류, 자녀재학증명 또는 합격통지서, 진단서, 주민등록등본, 징계처분서 등이 필요하다.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소재지(시·군)를 벗어난 전세 거주만 가능하다. 서울이나 광역시 안에서 구(區)를 이동하는 건 인정하지 않는다.”

-전세대출 회수 시 상환기간은 언제까지인가. 고가주택·다주택 여부는 어떻게 확인하나.
“규제 위반이 확인되면 ‘기한이익 상실 예정’ 통지가 발송된다. 앞으로 3년간 주택 관련 대출도 이용할 수 없다. 통상 기한이익 상실까진 2주 정도 소요된다. 은행이 최장 3개월 단위로 국토교통부의 주택보유 수 확인시스템(홈스·HOMS)을 통해 전세대출자의 주택 보유 현황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주택 취득 시점의 시가를 확인해 고가주택으로 확인되면 규제 위반이다. 전세대출 회수 조치가 내려지면 즉시 상환 의무가 생긴다. 대출금을 갚지 않으면 연체정보가 등록되고, 연체이자도 물어야 한다.”

-전세대출 규제로 전셋값 상승이나 월세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왜 이렇게 촘촘하게 규제하나.
“시가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는 이번 규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고가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전세대출을 받는 사람의 경우 그 돈이 갭투자(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방식)에 쓰이는지, 실수요에 쓰이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돈에 꼬리표가 달린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가주택에 대해선 갭투자 소지를 없애겠다는 게 이번 규제의 목적이다. 또한 주택 구입과 전세대출을 모두 20일 이전에 한 사람은 전세대출 연장도 가능하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