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조지아 공장서 2022년부터 한번 충전으로 500㎞ 가는 배터리 양산”
SK, 한국·헝가리·중국·미국 잇는 ‘글로벌 4각 생산 체계’ 완성
조지아주는 물론 미국 정부도 “한·미 경제협력 성공 모델” 환영
미국 남부 조지아주(州) 잭슨 카운티의 소도시 커머스(Commerce).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에서 차로 1시간이 조금 넘는 135㎞ 떨어진 거리에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곳에서 지난해 3월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1조 9000억원 투자 규모로,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투자 사업이다.
수주 물량 기준으로 현재 세계 3위인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공장을 거점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선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지아주는 물론 미국 정부도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을 한·미 경제 협력의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서울서 부산까지 한 번 충전으로 주행하는 배터리 양산
14일(현지시간) 찾은 조지아 공장은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자회사인 ‘SK 배터리 아메리카(SKBA)’가 짓고 있는 공장이다. 34만평(축구장 136개 규모)의 부지에 3개 건물이 건설되고 있었다. SK는 2018년 말 조지아 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급성장하는 미국의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의도였다.
전기차 배터리는 주행거리에 따라 1세대 160㎞ 미만, 2세대 320∼500㎞, 3세대 500㎞ 이상으로 구분된다. 조지아 공장에서 나올 배터리들은 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3세대 전기차 배터리’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 공장에서 내년 중순 시제품을 생산한 뒤 성능 테스트 등을 거쳐 2022년부터 3세대 전기차 배터리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상 거리로 약 456㎞인 서울과 부산을 한번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가 양산되는 것이다. SKBA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폭스바겐의 전기차에 들어간다.
SK이노베이션은 자체 기술력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외 배터리 업계 중 유일하게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셀 생산 방식에서도 접착 공정을 없애면서 생산 단계가 줄어 성능과 마진에서 다른 경쟁업체에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거점으로 2025년 글로벌 1위 목표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 공장에선 9.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전기차 20만대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조지아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22년에 SK이노베이션은 한국 서산 공장·헝가리 코마롬 공장·중국 창저우 공장을 연결하는 ‘글로벌 4각 생산 체계’를 완성한다. 또 조지아 공장의 가세로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전체 배터리 생산 능력도 19.7GWh(기가와트시·전기차 40만대분)에서 60GWh(기가와트시·전기차 120만대분)으로 확대된다.
또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한 34만평의 조지아 부지엔 지금 세워지는 규모의 공장 5개를 더 지을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통상적으로 수주가 이뤄진 뒤 차량 특성에 맞는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주 결과에 따라 추가 공장 증설이 이뤄질 수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제1공장 옆에 제2공장 신설을 계획 중이며,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공장은 연내 착공될 예정이다. 2공장은 1공장 규모의 두 배인 전기차 40만대분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위가 되겠다는 SK이노베이션의 목표는 조지아 공장이 있어 가능한 것이다. 제2공장의 배터리는 폭스바겐이 아닌 다른 자동차 회사에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KBA 2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가 픽업트럭을 포함한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의 전기차에 공급될 것이라고 보도한 적이 있다.
SK이노베이션 미주 건설사업유닛 박종하 과장은 “전기차 공급 확대는 저탄소 성장 전략을 추진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 정부의 중점 추진 사안”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개막을 앞두고 전기차 산업을 선도하는 미국에서 배터리 업체로서 강력한 위상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한·미 경제협력 성공모델’ 호평
조지아 공장은 SK이노베이션과 조지아주에게 ‘윈윈’이 되는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를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초 미국 여러 주를 놓고 검토에 들어갔으나 조지아주를 택했다. 조지아주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가장 중요한 기술인력 공급을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 SK의 마음을 잡았다. 조지아주는 지역 인재를 뽑아 배터리 산업에 특화된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퀵스타트’ 프로그램을 공장 가동에 맞춰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조지아주는 전기를 싸게 공급하고, 건설용 자제 등에 세금을 감면하는 등 혜택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은 SKBA 공장 사업에 1조 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다. SKBA 공장으로 2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SK의 밤’ 행사에 참석해 “사업이 잘 되면 50억 달러(약 6조원)까지 투자를 확대하고 6000명 채용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조지아 주정부 청사에서 만난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SK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와 투자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켐프 주지사는 “나도 30년 넘게 활동한 사업가”라며 “SKBA 공장을 조지아에 유치한 것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표현했다.
켐프 주지사는 “본사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본사가 어디에 있든지, 회사가 조지아주에 있으면 조지아 회사”라고 SKBA 공장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미국 정부도 SK이노베이션의 투자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공식에 참석했던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 결실을 보고 있다”고 기뻐했다. SKBA는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미국 국무부가 발표한 ‘미국 투자 우수기업’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커머스·애틀랜타(미국 조지아주)=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