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직원이 공금을 빼돌려 크루즈 여행과 자녀 학원비, 쇼핑 등에 사용한 일이 감사원 감사로 적발됐다.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주미대사관의 행정직원 A씨는 2010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회계업무를 담당하면서 2만9338달러(약 3400만원)를 횡령했다.
A씨는 의료보험 관련 업무를 맡았는데, 미국 현지 보험사들이 납입보험료 대비 보험금 수령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돌려주는 환급금을 횡령 대상으로 삼았다. 환급금이 들어오는 의료보험관리계좌가 대사관 운영경비 회계와 직접적 관련성이 떨어져 관리·감독이 미진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주미대사관은 현지 보험사와 1년 단위로 의료보험 계약을 맺는다. 외교부 소속 직원의 보험료는 70%를 공관이, 나머지 30%는 개인이 부담한다. 현지 보험사로부터 환급금이 들어오면 이 비율에 따라 국고로 반납하고 나머지를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환급금이 들어오는 의료보험관리계좌를 관리하던 A씨는 이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A씨는 개인 신용카드 사용한도가 초과하자 공관의 공용 신용카드를 쓴 뒤 의료보험관리계좌에서 수표를 발행해 카드 대금을 결제했다. 환급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A씨는 플로리다주 올랜도행 항공권 구입 등 가족 여름휴가 경비로 4412달러를 썼다. 또 크루즈 여행과 자녀 학원비, 중고 피아노와 옷 구입, 치과 치료비, 지인과의 저녁식사 등에도 공용 카드를 사용한 뒤 환급금으로 대금을 충당했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기 전까지 주미대사관은 A씨의 횡령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외교부는 감사 결과가 확정된 후인 이달 초 A씨를 해고했다.
이번 감사에서 A씨 사례를 포함해 총 33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됐다. 대사관 운영경비 잔고가 부족해지자 대사가 담당자에게 “당장 부족액을 집어 넣으라”며 사비로 채우도록 종용한 ‘내부 갑질’ 행위도 적발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