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한국방송공사(KBS)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개입한 혐의(방송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무소속 의원에게 1000만원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는 방송법이 제정된 지 32년 만의 첫 유죄 확정판결이다. 다만 이 의원의 의원직은 유지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이 의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 비서관으로 일하던 2014년 4월 21일과 30일 2차례에 걸쳐 KBS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그는 KBS가 해양경찰청의 대응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자 김 전 국장에게 전화해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라”고 했다.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제정됐다. 방송법은 방송편성에 관해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게 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한다. 1심은 “이 의원의 행위는 홍보수석 지위에서 이뤄진 행위로서, KBS 전 국장은 대통령 뜻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도 유죄 판단은 같았지만 실제 편성에 영향이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했다. 이 의원이 “구조 작업이 완료된 후에는 씹어 먹든지 잡아먹든지 해경이나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취지로 말한 점도 감형 사유로 고려됐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날 대법원도 “방송편성 간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 판결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이자 처음으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다. 다만 이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확정받거나, 선거법 위반 외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