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 손 잡고 신체 접촉 시도… 배심원단 “강제추행 아니다”

입력 2020-01-16 10:55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만난 여고생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한 2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손주철 부장판사)는 1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정모(23)씨에 대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평결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처음 만난 여성의 손을 잡고 껴안으려고 시도하는 등의 행동이 강제추행에 해당하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는데, 배심원단 전원은 ‘범죄로 볼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기존 관계, 신체 접촉의 경위나 그 정도에 비춰볼 때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음을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씨는 2018년 12월 자신이 활동하던 유튜브 영상 동아리 회원 A(당시 18세)씨와 놀이공원에서 처음 만나 A씨의 동의 없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거나 손을 수차례 잡았으며 팔을 벌리고 껴안으려 했다. A씨의 머리와 볼을 만지고 등을 쓰다듬기도 했다.

A씨는 이튿날 정씨에게 문자를 보내 “내가 어제 몸 상태가 안 좋았고, 분위기가 안 좋아질까 봐 말을 안 했는데 많이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무서웠다”고 밝혔다. 이후 A씨는 정씨에게 사과문을 요구하는 등 의견 충돌을 빚다 결국 정씨를 고소했다.

정씨의 변호인은 정씨가 A씨의 신체에 접촉한 것은 맞지만 “청춘 남녀가 데이트할 때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있고 예상할 수 있는 정도의 신체 접촉”이라고 말했다. 또 A씨가 사건 당일 신체 접촉을 제지하거나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정씨가 A씨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추행죄 적용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정씨 측은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카카오톡으로 5개월간 개별적으로 자주 대화했고,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 생겼다며 함께 가자고 제안하자 A씨가 흔쾌히 응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정씨는 자신과 A씨가 온라인에서 ‘썸을 탔다’(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호감을 갖는 단계)고 주장하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던 자신과 달리 A씨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답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배심원단을 향해 “피해자 관점에서 봐달라”면서 “A씨가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해서 그것이 데이트가 되고, 손을 만지고 껴안아도 된다고 하는 것은 피고인의 독단적이고 남성적인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정씨의 손을 들어줬다.

송혜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