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는 딸 살려놨더니 의사 실수로 사망…’ 황당한 비극

입력 2020-01-16 10:47
게티이미지뱅크

극단적 선택을 하다 구조된 환자의 응급수술을 잘못 진행해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에게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 이상률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의사 A씨(32)에 대한 1심 재판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지난 10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2016년 8월 시작됐다. 20대 여성 B씨는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부모에게 발견돼 인근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때 B씨는 다행히 사망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의식이 혼미해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당시 주치의는 B씨가 기관절개술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해 같은 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에 협진을 요청했다. 이에 소속 2년 차 전공의였던 A씨가 B씨의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기관절개술은 성대 하부 기관을 절제해서 코나 입이 아닌 절개구멍을 통해 공기를 흡입할 수 있도록 하는 수술이다. 의학계에 따르면 이 수술은 목 중앙의 두번째 기관륜을 절개하는 게 일반적이다. 부적절한 위치에 튜브를 삽입할 경우 누공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보통 수술 후 1~2주 사이에 증상이 발생한다.

A씨의 실수는 여기서 나왔다. 수술을 진행하면서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채 제8기관륜 내지 제9기관륜을 절개한 것이다. 이는 통상 안전하게 여겨지는 위치보다 더 낮은 위치를 절개한 것이다.

심지어 이같은 자신의 실수를 인지하지 못한 채 해당 부위에 노출된 혈관을 발견하고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달 18일 기관 교체를 하면서도 삽입된 튜브를 제거하다가 노출돼 있던 혈관을 손상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B씨는 기관교체 당일 ‘팔머리동맥 손상으로 인한 기관-팔머리 동맥 사이 누공으로 인한 출혈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했다.

재판부는 A씨의 과실로 B씨가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유족들은 회복할 수 없는 큰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유족들도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극단적 선택 시도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치료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했던 점, 피고인으로서는 기관절개술 후 피해자에게 별다른 이상반응이 발견되지 않아 혈관 손상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점, 그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점, 피고인이 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