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경기도 160곳 지명 ‘빼앗겼다’

입력 2020-01-16 10:13

일제강점기에 경기도 160곳 우리 고유의 전통 지명이 일본에 ‘빼앗겼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가 우리 고유의 정서와 의식을 말살하고자 창씨개명뿐만 아니라 창지개명까지 했던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사라지거나 왜곡된 고유 지명을 되찾기 위해 시·군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경기도는 도내 398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명칭 변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160곳(40%)이 당시 고유의 명칭을 빼앗겼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이는 경기도 전체 지명의 절반에 가까운 우리 고유의 읍·면·동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에 식민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1914년 대대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우리나라 지명을 변경했다. 이 시기 전국 330여개 군이 220개 군으로 통합됐고, 경기도는 36개에서 20개 군으로 축소됐다.

당시 경기도 지명 변경 유형으로는 두 지명에서 한 자씩 선택해 합친 ‘합성지명’이 121곳으로 가장 많았다.

성남시 서현동이 대표적 사례다. 일제는 둔서촌, 양현리, 통로동 등을 병합하면서 한 글자씩 따 서현동으로 변경했다. 성남시 분당동, 수원시 구운동, 용인시 신갈동, 화성시 매송면 등도 두 곳 이상의 지명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

일제가 식민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 위치 등을 사용해 변경한 사례도 29곳이나 됐다.

광주시 중부면과 연천군 중면이 이에 해당된다. 광주시 중부면은 군내면과 세촌면을 통합하면서 방위에 따른 명칭인 중부면으로 개칭됐고, 연천군 중면은 연천읍치의 북쪽이었던 북면을 ‘연천군의 중앙에 위치한다’해 중면으로 개칭됐다.

또 일제가 기존 지명을 삭제한 후 한자화 한 지명은 3곳이었다.

부천시 심곡동은 조선시대 고유지명인 먹적골, 벌말, 진말을 병합해 심곡동(深谷洞)으로 변경했다.

도는 일제잔재 청산과 지역의 역사성·정체성 회복을 위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행정구역 명칭 변경 의사 여부를 수렴중이라며 향후 대상지가 확정되면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통해 고유한 행정지명 복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에 참여한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우리 조상들은 골짜기를 가장 이상적인 마을의 입지로 생각해서 마을 이름에 골짜기를 의미하는 ○○골, ○○곡(谷), ○○동(洞), ○○실 등을 많이 붙였으나, 이런 고유 지명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 지명(地名) 행정에 우리의 역사지명이 연구되고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윤석 도 홍보기획관은 “고유 지명이 사라졌던 역사적 치욕을 바라보며, 진정한 민족의 독립과 문화 창달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며 “시·군과 긴밀히 협력해 사라지거나 왜곡된 우리의 고유 지명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