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북한관광’, 美 설득·北 화답 ‘두개의 벽’ 앞에 서다

입력 2020-01-16 08:49 수정 2020-01-16 11:24
이도훈 본부장, 비건 부장관과 협의 위해 미국 방문
이도훈, 북한 개별관광 관련해 “미국과 이야기할 것”
로이터통신 “미국, 한국에 ‘통일된 대응’ 요구”
로이터 “북한, 제안된 조치들을 받아들일지도 불확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현지시간) 우리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과 관련해 “미국과 한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면서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상대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금 제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날 미국측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본부장은 “왜냐하면 (개별관광은 유엔) 안보리 제재 자체에 의해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며 “그렇지만 여러 가지 공조 측면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자제하고, 또 우리는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안보리 제재 이행을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선 “기존의 제재 체제를 존중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협의를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존에 국제사회가 합의한 제재의 틀을 존중하는 내에서 우리가 여지를 찾아보는 노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구체적인 사업과 관련해선 “좀 더 시간을 두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북한과도 협의해야 될 것이고 우리 관련 부처 간에도 이야기해야 될 것이고 조금씩 구체화하면서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한꺼번에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금 대화의 모멘텀이 점점 약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 속에서 한·미가 같이 해야 할 과제는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대화 모멘텀을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협력사업을 언급하며 “개별관광 같은 것은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므로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밝힌 이후 우리 정부가 개별관광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터에서 열렸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본부장도 미국을 찾아 개별관광 추진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설득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북 개별관광이 성사되기까지 큰 난관이 두 개 있다. 미국의 설득과 북한의 호응이다.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에 대해 ‘통일된 대응(unified response)’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통일된 대응은 대북 제재 이행에 집중하면서 개별관광 같은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아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 관계자도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의 개별관광 카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설득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라는 또 하나의 벽이 남아 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제안된 조치들을 받아들일지는 확실치 않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