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치권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력연장을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간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위한 개헌을 제안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자신을 포함한 내각 총사퇴로 길을 터줬다.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에서 의회와 내각의 권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는데, 이미 연임 중인 푸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총리 자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 전에 의회와 장관의 힘을 키우고 대통령의 권력을 줄인다면, 사실상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뒷받침하게 되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개헌의 골자도 의원들이 총리와 내각 장관들을 임명하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대통령에게 이들에 대한 임명권이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대통령이 총리와 장관들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도록 하고, 대통령은 국방 및 안보 수장을 임명할 힘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민투표에 개헌안을 부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3연임을 금지하는 헌법을 우회해 ‘꼼수’로 권력을 이어왔다. 2000년 초 4년 임기 대통령에 당선된 푸틴은 8년간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4년을 총리로 보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은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2012년 대선과 2018년 대선에 연속 당선됐다. 하지만 대통령 3연임 제한은 여전히 남아있어 2024년에 퇴임을 해야 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푸틴 대통령의 장기 플랜에 대한 추측이 무성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연설 이후 “내각은 대통령에게 모든 필요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언급하며 “이 개정이 이뤄지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간 권력 균형 전반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현 내각은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 협업의 현 단계까지 이루어진 모든 것에 대해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내각 사퇴를 사실상 수용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