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손바닥 이용한 간편결제도
1인 가구 시대가 편의점 매출 올려
상용화 관건은 ‘보급 비용’ 최소화
16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을지트윈타워 20층에 있는 편의점 ‘GS25 을지스마트점’에 도착하니 지하철 개찰구 모양의 출입구가 첫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을 꺼내 BC카드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페이북(paybooc)’을 실행했다.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 화면을 띄운 채 교통카드 찍듯이 스마트폰 화면을 개찰구에 갖다 대니 문이 열렸다. 6평 남짓한 공간에 음료수, 과자, 1회 용품 등이 진열대에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천장에는 CCTV처럼 생긴 카메라와 직사각형 카메라 30여대가 조명처럼 달려있었다. 카메라를 등지고 캔커피 하나를 몰래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감자칩 하나는 개찰구 밖으로 던졌다. 시치미를 떼고 유유히 편의점을 빠져나왔다. 10초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에 알림이 떴다. ‘4000원(감자칩 2000원, 커피 2000원)이 정상결제 됐습니다.’
카드·유통 업계의 간편결제 플랫폼 전쟁이 ‘미래형 편의점’으로 번지고 있다. 갈수록 느는 1인 가구를 과녁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이 뜨겁다. 간편결제 기술을 편의점에 수혈해 고객 점유율을 높이는 게 각 업체의 목표다. 시장에선 단말기 설치 비용을 얼마나 최소화하는지에 따라 상용화 성공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미래형 편의점이란 핀테크(금융+기술)와 인공지능(AI) 기술 등으로 결제 과정을 단순화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포를 말한다.
BC카드가 지난 14일 시범영업을 시작한 GS25 을지스마트점이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편의점’ 대표 사례다. 들어갈 때 QR코드 스캔만 하고 물건을 들고나오면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무인 편의점’이다. 34대의 딥러닝(deep learning) AI 카메라와 30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가 고객이 무엇을 고르는지 감지한다. 이마트24 김포DC점도 마찬가지다. SSG페이로 QR코드만 스캔하면 매장을 빠져나가는 동시에 자동 결제가 된다.
생체 인증을 앞세운 곳도 있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다. 롯데카드는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손바닥 정맥인증 결제서비스인 ‘핸드페이’를 선보이고 있다. 정맥 정보를 사전에 등록하면 언제든지 손바닥으로만 결제 가능하다. 스키장처럼 카드를 따로 들고 다니기 번거로운 특수장소를 중심으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얼굴로 결제하는 ‘페이스페이’로 맞불을 놨다.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지난해 8월부터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 있는 씨유(CU)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범운영 중이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한양대 캠퍼스에 확대 설치된다.
카드·유통 업계가 편의점에 주목하는 이면에는 ‘1인 가구 시대의 개막’이 자리한다. 1인 가구는 집에서 밥을 먹거나 대형마트에서 쇼핑하길 꺼린다. 퇴근 후 편의점에 들러 ‘혼밥’을 하거나 소소한 쇼핑을 선호한다. 최근엔 ‘편퇴족(편의점 퇴근족)’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했더니 바로 귀가하지 않을 때 시간을 보내는 곳 1위는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은 새로운 ‘캐시 카우(cash cow)’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18년 17.2%로 전년 대비 0.3% 포인트 늘었다. 전년 대비 비중이 각각 1.0% 포인트, 2.0% 포인트 줄어든 백화점(18.7%)이나 대형마트(22.0%)를 감안하면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관건은 상용화다. 가장 많은 간편결제 고객을 확보한 업체만 생존할 수 있다. 무인매장으로 관심을 모았던 ‘아마존 고’는 지난해 21개에 불과한 점포를 2021년 3000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미래형 편의점’ 도입이 초기 단계인 만큼 비용 절감을 가장 큰 과제로 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아직 소량 생산체제라 새로운 단말기를 설치만 해도 300만~400만원이 들어간다”며 “상용화를 위해 먼저 보급 비용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