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1호 공약 ‘공공와이파이’에 업계 “실효성 있을까요?”

입력 2020-01-15 18:52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홍익표 의원과 청년당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총선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에 공공 와이파이(WiFi) 설치를 4·15 총선 1호 공약을 발표했다. 내후년까지 5800억원을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데이터무제한요금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공약인지 의문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2년까지 전국에 5만3000여개의 공공와이파이를 구축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데이터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에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공공와이파이를 확대 구축해 사회 취약계층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가계 통신비 경감에 기여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게 핵심 목표”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전국 모든 시내버스와 학교에 와이파이를 설치하는 등 480억원의 예산이 확정돼 있고, 내년과 내후년에는 각각 2600억원과 2700억 원을 들여 총 5만3천여 개의 와이파이 AP를 구축해나간다는 구상이다. 내년 예산에는 이미 구축된 공공와이파이에 대한 실태·품질 점검비용과 보안이 강화된 ‘와이파이6(802.11ax) AP 교체비용, 회선료가 포함된 것이라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이 같은 공약은 특히 데이터사용량이 많은 2030세대의 통신비 절감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여당은 기대하고 있다. 2017년 기준 스마트폰 당 데이터 이용량 중 와이파이의 부하분산 비율이 73%로 OECD 13개 국가 중 최고치라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4월 5세대 통신(5G)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데이터무제한요금제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공공장소 중심으로 무료 데이터 쓰게 한다는 건데 실제 대다수 이용자는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쓰고 있다. 혜택을 보는 사람이 아주 많을 거 같지는 않다. 청소년과 일부 저소득층이 수혜를 조금 볼 것 같다. 실질적 혜택 보다는 상징적으로 이 공약을 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트래픽·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5G 가입자 중 데이터무제한요금제 사용자는 270만여 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79%에 달했다. LTE 가입자의 데이터무제한요금제 이용 비율도 30% 초반이다.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통신사업자의 투자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와이파이가 전국에서 무료로 되는 건 장기적으로 갈 방향이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이런 공약이 나오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민간(업계)에 관련 비용을 떠넘길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부대 비용은 국가적 차원에서 부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