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 국내 진출 가능성
1억명 넘는 유료회원을 보유한 ‘콘텐츠 공룡’ 넷플릭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공정위는 고객 동의 없이도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요금 및 멤버십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한 이용약관을 비롯해 6개의 약관을 바로잡도록 했다. 전 세계 경쟁 당국 가운데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OTT)’를 대상으로 약관 시정명령을 내린 건 공정위가 처음이다.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디즈니 등 다른 글로벌 OTT 업체들도 이번 결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넷플릭스의 이용약관 가운데 6개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하도록 조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약관에 요금·멤버십 변경과 관련해 회원에게 통지만 하고 동의를 받지는 않아도, 다음 결제주기부터 자동으로 효력이 발생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넷플릭스가 실제로 요금·멤버십 변경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요금을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적용한다는 측면에서 ‘불공정 조항’이다.
개정 약관은 넷플릭스가 요금·멤버십을 변경할 때 회원에게 통보하는 것은 물론 동의까지 얻도록 했다. 회원이 변경에 동의하지 않으면 넷플릭스 멤버십을 해지할 수 있게 했다.
또 계정 해킹 등 회원의 직접 책임이 없는 사고까지 회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조항도 시정됐다. 넷플릭스의 기존 약관에는 ‘넷플릭스 계정 소유자는 계정을 통해 발생하는 모든 활동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공정위는 “사업자 관리 부실로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사업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은 ‘회원이 넷플릭스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에 한해 책임이 있다’로 바뀌었다.
넷플릭스가 회원 계정을 임의로 종료하거나 보류할 수 있는 사유도 불법복제, 명의도용, 신용카드 부정사용, 이에 준하는 사기·불법행위 등으로 구체화했다. 기존 약관 조항에는 넷플릭스가 회원 계정을 종료하거나 보류하는 사유에 대해 ‘이용약관 위반’ ‘사기성 있는 서비스에 가담하는 경우’ 등으로 포괄·추상적으로만 설명돼 있다. 공정위는 ‘회원은 넷플릭스를 상대로 모든 특별배상, 간접배상, 2차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포기한다’고 규정한 약관도 회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조항으로 간주하고 넷플릭스의 배상 책임을 담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넷플릭스 측은 공정위 시정명령을 수용해 해당 조항들을 자진해서 고치기로 했다. 개정 약관은 오는 20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개정 약관은 한국에서만 적용된다.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기업들은 전 세계에서 비슷한 약관과 정책을 펴고 있지만, 공정위의 약관법 효력은 한국에만 미치기 때문이다. 세계 OTT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처음 한국에 진출했다. 다양한 콘텐츠는 물론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한국 이용자 수만 200만명(지난해 11월 기준)에 달한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OTT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자의 신규 진입이 예상됨에 따라 사업 초기단계에서 불공정 약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OTT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이르면 올해 하반기 한국에 진출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