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 ‘배드파더스’는 말 그대로 나쁜 아빠를 고발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무책임한 부모로 지목된 이들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지만, 아이를 떠난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엄마도 고발 대상에 포함돼 있다.
15일 배드파더스에는 116명의 양육비 미지급 부모 신상이 여전히 공개돼 있다. 이중 여성은 15명이다. 배드파더스 측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분들 중 엄마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비율이 높지만 아빠 중에도 고통받는 분들이 꽤 많다”며 “이 사이트는 이름이 배드파더스이지만,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아빠들을 위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배드마더스 신상도 똑같이 공개한다”고 밝혔다.
배드파더스 명단에는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 자녀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는 한국 아빠 14명도 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에 변화를 촉구한다며 2018년 7월 시작됐다. 얼굴과 지역, 하는 일 등을 공개하고 있다. 부모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우선이라고 밝힌 배드파더스가 지금껏 양육비 지급을 끌어낸 사례는 114건에 달한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는 아이의 생존권을 지켜줄 생명줄”이라며 “무책임한 아빠들에게 미혼모와 이혼한 싱글맘이 양육비를 받을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있지만,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는 배드 파더에게, 현재의 법은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5년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원해 영육비이행관리원에 소속된 변호사들이 소송구조를 통해 양육비 받는 것을 도와주고 있지만,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bad father’를 공개하는 취지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빠들이 양육비를 주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온라인에 사이트를 개설하고 양육비를 미지급한 부모의 얼굴을 공개한 배드파더스의 자원봉사자 구본창(56)씨 등에 대해 법원이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곳에 얼굴이 공개한 남성 5명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2018년 9~10월 사이 배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재판부는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번 심리는 배심원 7명이 전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다만, 구씨와 함께 기소된 제보자 A(33)씨에 대해서는 SNS 상에 아내의 인적사항과 함께 욕설을 게재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가 부모들의 인적사항을 공개하면서 이들을 비하하거나 악의적인 공격을 하는 등의 모욕적인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피해자들 역시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관심사안이 되면서 스스로 명예훼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이 사이트에 부모의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양육비 미지급으로 고통받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지급을 촉구한 것이므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 일부 사적 동기가 있더라도 비방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