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의 폐렴’으로 불리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를 불러일으켰던 ‘우한 폐렴’이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중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둔 중국에서는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 나와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15일 웹사이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간에 전파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제한적인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지속적인 사람 간 전염의 위험은 비교적 낮다”며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에서 가족 내의 제한적인 사람 간 전염이 있었을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지속적인 사람 간 전염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HO는 세계 각지 병원에 신종 바이러스의 예방·통제를 위한 지침을 내렸다.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부부 한 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고 공개했다. 폐렴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화난(華南)수산도매시장에서 일하는 남편이 먼저 발병했으나 부인은 이 시장에 노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부 간 전염의 가능성을 밝힌 셈이다.
또 지난 8일 우한에서 태국 방콕으로 간 61세 중국인 관광객에게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기도 했다.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였다. 위생건강위는 이 환자가 우한 시민이며 태국 병원에서의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전했다. 그와 밀접히 접촉한 사람들도 의학 관찰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 환자가 우한에서 해당 수산시장을 방문한 적은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해당 환자가 우한의 다른 시장에서 바이러스에 걸렸을 수 있다며 “이는 바이러스가 우한의 다른 지역으로 퍼졌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생건강위에 따르면 이미 폐쇄된 수산시장에서 채취한 샘플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됐다. 확진된 환자는 41명으로, 남성과 중노년층이 많으며 대다수는 수산시장에 노출됐다. 이들의 주된 초기 증상은 발열과 기침이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1명이다.
한편 중국은 지난 10일부터 설 연휴 특별운송기간인 ‘춘윈’(春運)에 돌입했다. 춘윈은 다음달 18일까지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연인원 30억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가운데 도로 이용객이 24억3000만명으로 가장 많고, 철도 이용객은 4억4000만명, 항공기와 선박 이용객이 각각 7900만명과 4500만명이 될 전망이다.
중국 내에서 연인원 30억명이라는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자 다른 지역으로의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일었다. 이런 우려를 의식했는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홍콩·마카오와 대만의 전문가들이 13∼14일 우한을 시찰했다고 밝혔다. 또 SCMP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이번 신종 바이러스가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사스처럼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 5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은 새 환자가 나오지 않은 것도 긍정적 소식인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