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이 호주 산불로 인해 예선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1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 예선 이틀째 경기는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에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산불에 따른 공기 상태 악화로 경기 시작이 오후 1시로 미뤄졌다. 예선 첫날인 14일에도 짙은 스모그 때문에 경기 시작 시간이 1시간 늦춰졌다.
이날 열린 여자 단식 예선 경기에서는 달리아 야쿠포비치(180위·슬로베니아) 선수가 2세트 경기 중 갑작스럽게 코트를 벗어나는 일도 발생했다. 야쿠포비치 선수는 코트 밖에서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다가 결국 기권을 결정했다. 1세트에서 6대 4로 승리를 하고 2세트는 5대 6으로 단 한 점만을 내준 상황이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내내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들었다”며 “경기 시작 후 20분 만에 호흡에 무리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똑바로 서 있을 수도 없어 주저앉았다”면서 “공황 증상이 왔다. 경험한 경기 중 가장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경기장에 산불로 인한 연기가 가득 차며 경기 시간은 이틀 연속 오후로 연기됐다.
빅토리아 환경보호청(EPA)은 “현재 멜버른의 공기 질은 보통에서 위험 사이를 오간다”면서도 “예보에 따르면 공기 질은 오후가 되면 개선될 전망이다. 어제도 마찬가지였다”고 경기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호주 산불의 불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를 강행한 호주 오픈 조직위원회를 향해서도 선수들의 맹비난이 쏟아졌다.
야쿠포비치는 “선수들 모두 조직위원회에 상당히 화가 났다. 조직위는 선수의 안전을 챙겨야 한다”며 “상대 선수들도 나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숨쉬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직위원회에 연기 문제를 말했지만 (관련 기관이) 확인을 마쳤으며 공기 질도 괜찮다고 말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도 멜버른에서 진행된 호주 오픈 기념 이벤트 대회인 쿠용 클래식에 출전했으나 2세트 도중 경기를 중단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기 시작 후 두시간 반이 흘렀고 2세트가 끝날 시간이 되자 심한 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중단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남자 단식 선수인 질레 시몽(12위·프랑스)은 트위터에 “45도의 고온에서 호주 오픈을 뛰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의사와, 윔블던의 젖은 잔디도 미끄럽지 않다고 말하는 심판이 있다”면서 “지금 멜버른의 공기질이 괜찮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렇지 않나?”라며 조직위를 조롱했다.
선수들의 불만에도 정작 호주오픈의 조직위원회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계속 지켜보는 중”이라고 전했다.
올해 호주오픈 본선은 오는 20일 개막할 예정이다.
최희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