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정부의 적극적 일자리 정책으로 취업자가 증가했다는 설명에 질문이 쏟아졌다. 어느 산업군에서 증가했느냐는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실소를 불렀다. 발표자로 나선 통계청 A국장은 ‘숙박·음식점업’에서 늘었다고 했다가 곧바로 ‘재정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며 발언을 정정했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려웠다. 질문이 나올 때마다 배석한 하급자들이 연신 답을 적어 A국장에게 쪽지를 전달하기 바빴던 모습 때문이다. 내용도 모른 채 고용통계 설명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질문을 해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향후 고용시장 전망을 묻자 “전망·예측 우리가 안 한다”고 했다. 공식 브리핑이 끝나고 추가 질문을 하려 모인 기자들에게 A국장은 “아, 뭘 그렇게 꼼꼼하게 봅니까”라며 난감해했다. 국내 최고의 공신력을 지닌 통계청이라 해도 이러한 태도는 통계 신뢰도를 깎아 내리기 충분해 보인다. 다만 A국장은 “열심히 취재하신다는 취지로 말한 거니 곡해하지 말아달라”고 설명했다.
발단은 올해부터 바뀐 공식 브리핑 방식이라 추정된다. 통계청은 올해부터 매월 발표하는 3대 동향(고용동향, 소비자물가동향, 산업활동동향)과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의 발표자를 격상했다. 실무진인 과장급이 하던 일을 고위직인 국장급이 맡았다. 통계 발표에 무게를 싣겠다는 취지다. 다만 의도를 살리려면 통계 흐름을 꿰고 있어야 했다. 이날 브리핑만 놓고 본다면 국장급이 실무진보다 통계청의 본원(本源)인 ‘통계’를 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문제는 통계의 민감성이다. 통계는 수치 하나만 틀려도 국민 인식이나 국가정책 설정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에 출입하는 69개 언론사의 기자 179명이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본다.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이들에게조차 답을 못한다면 민원 현장은 어떤 수준일지 가늠조차 안 된다. ‘보여주기식 행정’은 최소한 통계에서만큼은 없어야 한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